빼빼로 데이를 앞두고 오랜만에 먹어본 빼빼로.
벌써 11월 11일이 내일이네.
도대체 언제 어디서 도대체 왜 생겼는지 알지도 못할 빼빼로 데이가 내일이다.
언제부터인지 청소년들의 영향력이 국내에서 무섭게 성장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들만의 장난같은 습관을 이렇게 나라 전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뭐, 물론 하필이면 그 작은 행동들이 국내의 대형 브랜드의 상술과 맞닿은 이유도 크긴 하겠지...
그에 대한 거부 반응인지 난 무척이나 오랫동안 이 빼빼로를 먹어본 적이 없다.
내가 어릴 때 개당 가격이 200원이었는데 요즘은 천원이 넘는 가격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어쩐지 가뜩이나 무분별하게 퍼져가는 이상한 기념일들을 앞세워 상술로 뒤덮는 1순위의 과자가 되어버렸다는 것도 좀 그렇고 여러모로 한동안은 그리도 눈에 안들어오더니 때마침 커피를 사러 동네 마트에 들렀더니 5개가 4,900원이라나...
시기에 맞게 할인행사중인가 본데 싸게 파는 게 5,000원 정도라니....
5개에 그 가격이면 개당 1,000원이고 행사 기간이 아니면 평소에는 더 비싸다는 건가...
내가 마지막으로 사먹었을 때가 500원 정도였던 것 같은데 참 아름다운 계산이군...
아무래도 빼데의 아이들 개념에 맞추었는지 각기 다른 맛마다 케이스에 저런 구절이 적혀있다.
워낙 폭력적인 면만 부각된 아이들이 또래들끼리 저런 예쁜 말을 주고 받는다는 게 안믿기긴 하지만...
크런키, 누드초코, 화이트쿠키, 초코쿠키, 아몬드....
거의 초코가 메인이라서 맛을 분류하기가 상당히 난해할텐데 5개씩이나 분류하다니 브랜드업체도 참 대단하다.
길다란 과자에 초콜릿을 입힌 날씬하고 미끈한 이미지의 오리지날 빼빼로와는 많이 달라져있고 오리지날 맛인 그냥 빼빼로도 한켠에 있었는데 이 5종에 의해 밀려난 느낌이 있다...
내게는 오리지날이랑 크런키, 아몬드, 이렇게 3종이 맛있었는데 아직 먹어본 적이 없는 화이트 초코나 초코쿠키는 포장지에 그려진 이미지만 봐도 요즘 세대들과 기성세대의 입맛의 차이를 확연하게 느끼게 할 거라는 감이 팍팍 온다.
왠지 제일 내 입맛하고 안맞을 듯한 화이트쿠키를 먼저 꺼내들었다.
포장지에 있는 그림과 속포장 하단에 살짝 드러난 비주얼은 상대적으로 많이 다르다.
겉포장에 나온 이미지는 과자에 페인트칠을 한 느낌이라면 안쪽 내용물은 재료가 모자라 물을 많이 붓고 묽게 끓인 국물을 부은 느낌이라고 하면 딱 맞다.
화이트쿠키는 기성세대 입맛에는 맞지 않을 듯.
마치 어릴 적에 할아버지께서 밥으로 쑤어둔 풀에 빠진 막대기같다고나 할까.
한입 베어물면 이도저도 아닌 설탕덩이의 맛이 일단 입 안 전체에 감돈다.
시판하는 김치에도 설탕의 비중이 커져버린 시대이지만 나름대로 오리지날 맛이 가지고 있는 메인의 매력이 유지되는 것을 좋아하는 내 입맛에는 역시 그다지 감이 안오는 맛이다.
누드초코는 누드김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좋아할 맛이다.
맛을 보면 일반 빼빼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 안과 밖이 뒤집힌 게 미묘한 맛의 반전이 있다.
누드 김밥을 보면 밥은 사실 별다른 맛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안쪽에 가미된 김과 양념들을 밥의 밋밋한 맛이 묘하게 감싸는 느낌이 있는데 딱 그 맛이다.
그런데 좀전에 먹은 화이트 초코의 단맛을 입안에서 가시게 하는데는 조금 역부족...
그런데 아무래도 저렇게 만들려면 과자를 먼저 만든 뒤 안쪽에 초콜릿을 넣었을 텐데 아무 이유도 없이 주사기 바늘로 초콜릿 똥침을 맞는 과자의 기분이 어땠을려나...
이것저것 한두개씩 먹어본 결과 역시 내 입맛에는 오리지날과 비교적 가까운 아몬드와 크런키가 제격.
저 크런키랑 아몬드가 나왔을 때는 오리지날 맛의 맛을 약간 더 튀게 해주는 소박한 시도가 엿보였었는데 이후의 맛들은 아무래도 그 매력을 잃어버린 듯 하다.
이리저리 맛본다고 포장지를 개봉한 3가지는 내가 먹기로 하고 개봉하지 않은 2가지는 동생에게 주기로 했다.
원래는 각 맛마다 반씩 나누어 먹으려고 했는데 전엔 한상자 안쪽에 비닐 포장을 2개로 나누어 해서 다른 이와 반씩 나눠먹기가 좋았는데 오늘 보니 안쪽에도 한봉지로 합해 놓은 것은 좀 마음에 안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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