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회사 출근 도장을 찍을 때로 종이로 된 CMR 카드 같은 게 아니라 지문을 인식하는 카드를 사용하는 곳이 많다.
우리 회사도 그러하다. -_-
대신 우리 회사에 입사할 때가 돼서야 처음 알게 된 사실 하나...
내 엄지 손가락 지문이 너무 닳았다는 것...
"아이고, 평생 힘든 일 안했나보네..."
이런 말을 지금도 종종 듣는다.
하지만 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쉬운 일?? 그런 걸 해본 적이 없다.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별다른 기술도 없이 일단 먹고 사느라 뛰어든 사회생활에서 사회 초년에는 인복이 없었는지 아주 이~~~~상한 뵨퉤이 집단 회사에 들어가 아주 악랄하게 착취당하며 일했었다.
그 당시에야 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는데....
지금도 동년배 남자들에 비하면 무척이나 작고 예쁘다는 소리를 듣는 내 손.
난 예전이나 지금이나 손이나 얼굴에 스킨이나 로션 바르는 걸 성가셔하는 편이라 관리를 안하는데 아직도 그런 소리를 종종 듣는다.
2018년 초여름...
"어, 왜이리 안찍혀....."
초기에는 지문 인식으로 출퇴근을 처리하던 우리 회사.
유달리 내 지문은 안찍히네...;;;;
너무 건조해서 그런가보다 싶어 입김도 불어보고 손을 다시 씻고 나와보기도 했는데 이놈의 카드기가 얼마나 인식을 못하던지....
그 이후 언젠가 동사무소에 들렀을 때 지문을 찍는데 다른 사람보다 무척 여러번 찍는다는 느낌이었달까??
"지문이 많이 상하셨네요... ^^;;;"
아, 그랬나??
그 소리가 왠지 나도 남들만큼 빡세게 살아왔다는 걸 인증받는 기분이었다.
"아, 좀 다시 찍어보라니까..... ㅡㅡ"
언젠가 동생놈이 내게 저리 난리를 친다.
휴대폰에 지문 인식을 등록하라는 거다.
난 지문이 낡아서 그렇게 하면 나중에 인식 못한다고 이전에도 몇 번이나 말한 적이 있었는데 이놈은 글쎄 일단 좀 해보란다.
아니, 내가 직접 여기저기서 확인을 한 건데 내가 왜 고작 핸드폰 지문 인식 때문에 동생놈에게 이런 ㅈㄹ맞은 소리를 들어야 하지??
그 날 이후로 동생놈 하고는 벌써 1년 8개월간 말을 거의 섞지 않고 있다.
나름대로 뼈빠지게 살아왔던 내 흔적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동생이라는 녀석이 이해를 못한다는 게 이렇게 머리에 번개를 맞은 느낌이 들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지문이라는 건 나중에 상황이 좋아져도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요근래 회사 상황이 바뀌면서 당분간 다시 종이 카드를 사용하게 되면서부터 다시 한번 내 손을 들여다보게 됐다.
적어도 나 자신에게만큼은 앞으로 그 어떤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아온 내 흔적에 난 오늘도 조금 더 당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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