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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애니 톰과 제리를 보면서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준비한다

토리랑영원히 2023. 12. 14.

 은은한 캐롤이 울려퍼지고 자선냄비에는 따뜻한 미소를 머금은 사람들의 손길이 이어지는.... 

이제 그런 연말 분위기는 없다. 

아니, 앞으로도 영~~~~~원히 그런 날은 돌아오지 않아.... 🤬🤬🤬🤬

소소하게나마 집에서 연말의 분위기를 그려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모니터로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맘때쯤 요즘 유행한다는(??) 거대한 모니터를 설치해두고 가정형 극장 분위기를 즐겼을텐데.. 

상황이 녹록치 않다 보니 그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버렸고 그래도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면 아직 큰 편인 내 모니터로 이맘 때면 난 주로 애니메이션을 즐긴다. 

그 중 대표적인 시리즈가 있다면 톰과 제리. 

 

 

 1980년대 초반 당시 공중파 방송인 KBS의 딱따구리라는 애니에 대항하기 위해 MBC가 내놓은 대흥행작품이었지.. 

딱다구리는 말 그대로 딱따구리라는 새와 펭귄이 주인공이었고 다소 말도 안되는 오바 액션으로 보는 아이들의 흥미와 웃음을 이끌어냈다면 이 톰과 제리에서는 딱따구리라는 다소 일상에서 보기 힘든 새가 아닌 톰이라는 고양이와 제리라는 생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날마다 요란 법석을 떨며 쫓고 쫓기는 일상 자체를 즐겁게 인식하게 된 작품이기도 했다. 

 

 

여전한 오바액션의 명작. 

 

 걸핏하면 캐릭터들이 납작하게 찌그러지고 어쩔 땐 각종 흉악한 살림도구들이 몸속으로 들어가는 등 지금 생각해보면 상상할 수 없는 엽기적 행각들이 이어진다. 

각종 영상물에 태클을 거는 게 요즘 통념인데 다시 보고 있다보면 저런 세기말적인 액션들이 떡하니 아이들에게 공개되었다는 것이 좀 신기하기는 하다. 

 

 

 80년대 초반 어느 날이었나.. 

매주 금요일 5시 30분이면 이 톰과 제리가 방영을 시작했는데 어머니가 뜬금없이 자그마치 5시 25분에 시장에 다녀오라는 심부름을 시키신 적이 있었다... 

학생 시절, 그 당시에는 요즘처럼 종일 방송이 아니라 오후 5시 30분부터 저녁 방송을 시작하고 새벽 1시쯤에는 모든 방송사의 프로그램이 종료되던 시절이었다. 

 5시 30분부터는 어린이 프로그램이 시작해서 7시 30분 정도까지는 어린이들이 좋아할만한 방송으로 짜여져있었는데 적어도 그 당시에 그 시간대에 심부름을 시킨 적이 한번도 없던 어머니가 도대체 왜?? 

 이유야 별 상관없었지만 어쨌든 엄마 심부름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평소 걸어서 왕복하려면 20분 정도가 걸리던 거리를 단 5분만에 주파하게 만든 게 바로 이 톰과 제리다. 

 

 

학부모들의 항의도 많았던 작품.

 

 딱따구리와 마찬가지로 이 애니에서는 엄연한 생명체들의 신체 학대(??)와 같은 장면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아~~주 위험천만한 장면들이 가득함에도 각종 캐릭터들을 동물로 대체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제작자들도 다소 격렬한 항의를 어느 정도는 예견하고 있었나? ㅇ.ㅇ?? 

 

 

 이게... 이게... 참, 거시기한 장면인데... 😦😦😦😦😦

 

 

 참 신기하게도 무슨 영문인지 이 작품에서는 고양이인 톰이 온갖 굴욕은 다 당해야 했다. 

고양이가 쥐를 쫓는 일은 현실에서는 너무 당연하고 근처에 쥐가 어슬렁거리는데도 주변 고양이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도리어 고양이를 비난할 정도인데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이 애니에서 톰은 정말 형편없이 망가지고 부서진다. 

 

강자와 약자를 잘못 대변하고 있는 톰과 제리.

 

 스토리를 왜 저렇게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도 가끔 들었다. 

단순히 스토리를 웃기게 만들려고?? 

그건 아닌 것 같고 약육강식, 보는 이에게 강자와 약자를 구분시키려는 의도도 어느 정도는 함축되어있다고 보여지지만 그게 왜 하필 고양이와 생쥐였을까. ㅇ.ㅇ?? 

 거기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절대 톰은 강자일 수는 있을지 몰라도 악한 캐릭터가 아니다. 

매번 사고를 치는 계기는 제리가 가지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정형화된 피라미드 구조를 톰과 제리에 적용시켰다면 그저 교육적인 만화로 끝나버릴 수도 있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을까나.. 

 

 

서구의 가정을 동경하게 만든 작품. 

 

 톰과 제리는 쉴 새 없이 온집안을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고 쫓고 쫓기며 집안 내부를 산산조각을 만든다. 

하지만 80년대 당시 톰과 제리가 활약하던(??) 가정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일반 가정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넓직한 현대식 주택 내부에 대리석 바닥, 현대식 싱크대와 식탁, 가스 오븐레인지 등 당시에 우리집이나 이웃집들만 해도 방에서 주방으로 이어지는 공간은 그냥 콘크리트 바닥인 경우가 많았고 주방엔 싱크대라는 개념을 가질만큼 주방기구가 채위진 집도 드물었다. 

 오븐레인지는 커녕 석유를 사용한 곤로가 대부분의 환경이고 설겆이 역시 그냥 커다란 바켓츠에 물받아서 하는 정도?? 

하지만 톰과 제리는 자그마치 애완동물인 주제에 당시 우리네 삶을 훨씬 뛰어넘는 환경에서 자유로이 뛰어다니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아주 그 주변을 초토화시켜버린다. 

 애니 내용 안에서 톰과 제리의 집사가 등장하는 일은 거의 없고 혹시 있더라도 거의 발만 등장하는 게 전부였지만 쟤들 때문에 감내해야 했던 물질적 손실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을 거다. ㅋ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제리 편애. 

 

 톰과 제리의 제리 편애 현상은 시간과 공간 모든 것을 뛰어넘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톰과 제리가 활동하는 무대는 외계, 혹은 희곡 무대로 이동할 때도 있다. 

하지만 어딜 가나 끝도 없이 이어지는 제리의 장난끼와 톰의 굴욕을 보면서 이젠 톰이 가엾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좀 늘고 있지 않을려나... 

 

 

 우주를 가로질러 날아가도 제리는 하다못해 외계인에게까지 이쁨받는 반면, 톰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궁지에 몰려 목숨이 열개라도 모자랄 판국이다. 

가끔은 그냥 제리가 좀 얌전히 잡아먹혀주면 좋지 않아 싶을 정도?? 

어차피 쟤네들은 거대한 바위에 깔려서 납작해졌다가도 바로 회생하는 캐릭터들이니 잡아먹히면 잡아먹힐 뿐, 바로 회생해서 충분히 다시 살아갈 수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추운 겨울을 나는 현실에서도 톰은 거리의 부랑아로 살아가는 한편 제리는 동화속 마법(호두까기 인형)의 왕자로 분하는 극과 극의 대우를 여실히 보여준다. 

 

 

 더군다나 제리는 유명 탐정 셜록 홈즈의 능력있는 조력자로 캐스팅되는데 톰은 사사건건 제리의 계획을 방해한다는 설정을 넣어 완전 시궁창 캐릭터로 전락... ㅇ.ㅇ;;;

 

 

 톰이 고진 감내의 결실을 맞이하는 날은 도대체 언제쯤 올까나... 

그러고보니 톰과 제리가 방영을 시작한 초창기에는 톰과 제리가 저런 앙숙이 아니라 그냥 동료였던 것 같은데.... 

어떤 배의 선원이었나... 

그 첫화를 볼 때만 해도 그냥 그 배 안에서 벌어지는 일상이 계속될 줄 알았는데 이렇듯 폭소만발 개그 애니인줄은 몰랐지..ㅎㅎ

 

 

 일단 스토리가 시작하면 이젠 집안이 아니라 모든 것을 초월해서 사고를 치고 다니는 두 캐릭터. 

이젠 현실에 찌들만큼 찌들고 어디로 가도 현실을 벗어날 수 없는 요즘 이렇게 크리스마스 연말 시즌만이라도 쟤들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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