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람있는 방콕생활/👻🪂 슬기로운 영화생활

편안히 볼 수 있는 잔잔한 일본 힐링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추천

토리랑영원히 2023. 12. 15.

 드디어 집구석에 콕 박혀서 뒹굴거리는 게 절정의 편안함을 안겨주는 계절이 왔다. 

너무 편안해서 퍼지려고 하는 내 몸을 깨울 부수고 터지는 SF 판타지 영화를 찾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검색 목록에 나온 영화가 바로 이 바닷마을 다이어리다. 

주인공이 자그마치 여배우만 4명인 휴먼 스토리라고나 할까.. 

일본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보아오던 쟁쟁한 여배우들이 총망라되기 때문에 영화 속 분위기에 몰입하기도 괜찮고 네명의 자매들이 알콩달콩 만들어가는 수다스러운 일상을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내용의 과격한 흐름보다는 네명의 자매가 겪는 일상의 희노애락을 통해 일상의 스트레스에 찌든 사람이라면 조금이나마 마음의 평정을 되찾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 기본 정보 : 

 

제목 : 바닷마을 다이어리(원제 : Our Little Sister)

제작국 : 일본

장르 : 가족, 드라마

러닝타임 : 128분

관람등급 : 12세 관람가

 

기본 줄거리 : 

 

 바닷마을 가마쿠라에 서식하고 있는 사치, 요시노, 치카. 

이렇게 세자매는 어느 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장례식장으로 향한다. 

이미 15년 전 가족들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린 아버지지만 자식으로써의 예우를 다하기 위해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세 자매. 

그곳에서 만나게 된 이복 동생 스즈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 세 자매는 스즈에게 함께 살기를 제안하고 스즈 역시 언니들의 마음에 이끌려 가마쿠라의 집으로 향한다. 

한 순간에 아버지를 빼앗은 여자가 낳은 이복 동생. 

겉으로 봐서는 큰 벽이 있을 법하지만 사치, 요시노, 치카, 스즈는 서로가 가진 차이와 부족함을 나누고 채우며 누구보다 완벽한 자매로 성장해 나간다. 

 

 

리뷰 시작 : 

 

 아침부터 떠들썩한 오래된 구옥집. 

좌측부터 치카, 사치, 요시노, 이렇게 세 자매는 가마쿠라의 한 오래된 집에서 살아간다.

15년 전 갑자기 집을 떠나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려버린 아버지, 그리고 얼마 안가 집을 떠나버린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의 가장이 되어버린 큰 딸 사지(중앙)는 누구보다 냉정하고 단호한 면을 가지고 있는 타고난 장녀다. 

그리고 치카는 늘 털레털레하고 약간의 푼수끼를 지니고 있으며, 요시노(우측)는 사치에게 언제나 불만 투성이이지만 그런 사치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존재다.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온 아버지의 장례 소식. 

장례식장으로 향한 자매들은 소식으로만 전해들은 이복동생 스즈와 대면하게 된다. 

이 장면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스즈의 첫 인상은 귀여운 여고생 이미지였지만 어린 연령대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중반부에 다다를 때까지 가장 우울하고 어딘가 죄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이 영화 원제를 보면 이 막내 스즈가 실제 주인공인 셈이다. 

 

 

 이 작품에서 스즈가 처해있는 상황 또한 만만치 않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상황이지만 지금 스즈와 함께 있는 엄마는 스즈를 낳아준 엄마가 아니라 또 다른 새엄마라는 사실이다. 

자매들의 아버지가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적은 없지만 조금 여성 편력이 강한 존재이거나, 여자 없이는 일상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한 존재임은 확실하다. 

실제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많은 환자들과 그 보호자를 상대해온 큰 딸 사치는 아버지를 간병해온 게 지금의 부인이 아니라 바로 스즈였음을 바로 간파하게 되고 골아픈 일을 스즈에게 떠넘기려는 그녀를 제지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미 스즈에게 연민의 끈이 형성되었음을 보여준다.  

 

 

"아버지를 보살펴준 건 스즈, 너지?" 

 

짧은 만남 속에 스즈에게서 소소하게나마 아버지와의 고리를 느끼게 되는 세자매. 

 

 

"갈께요." 

 

이대로 만남이 끝났다면 스즈의 인생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이 때까지 세명이었던 자매가 앞으로는 네자매가 되기로 결심하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버지가 유일한 보호자였지만 아버지를 마지막 순간까지 극진히 보살폈던 것은 그만큼 어린 나이에 세상에 혼자 남는다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를 알고 있었을 스즈. 

 요즘처럼 어린 세대들이 홀로서기 힘든 시기에 이복 언니들의 살가운 응대는 스즈의 인생에 언니들이 생긴다는 단순함으로 설명할 수 없는 한 사건이었는지도 모른다. 

 

 

 하루가 다르게 언니들과, 이웃과 하나가 되어가는 것에 익숙해져가는 스즈. 

 

 

 영화 속엔 정말 수많은 좋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자매들이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물심양면으로 돌보아준 니노미야 아줌마는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 속에서도 가끔씩 이런 존재들이 있어 아직 세상이 이렇게 돌아간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존재다. 

국내에서도 여러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내 몸 챙기기도 바쁜 와중에 주변 노인,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기에 이런 캐릭터들을 보면 은근히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초반에 장례식 때 만났던 스즈와 비교하자면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스즈의 모습은 생기발랄 그 자체다. 

 

 

 둘째 요시노 역의 아가사와 마사미. 

다른 작품에서 처음 본건 2008년 드라마였던 라스트 프렌즈였다. 

그 드라마에서는 완전히 어린 아이같은 느낌이었고 그래서인가 등을 돌려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또 속고, 또 속고의 연속이라 날고구마를 만개쯤 먹은 느낌이었는데...

 7년 후의 이 작품에서는 그 때보다는 조금 성숙해진 느낌으로 등장하지만 남자에게 속고 또 속는 느낌은 그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른 게 있다면 이 작품에서는 다른 자매들이나 지인들에게 징징대지 않고 스스로 무덤덤하게 묻고 삭히고 머릿속에서 게워낼 만큼 조금은 강한 인물이라는 점 정도랄까. 

공통점이 있다면 아직 스즈를 제외하면 세자매들이 대부분 남자와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트러블에 조금씩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스스로들 이미 남녀 사이의 관계가 그리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알고도 남을 나이이고 아버지가 없는 세상에서 힘든 일을 과하게 당해왔으니 스즈의 입장과 자신들의 처지를 조화시키는데는 크게 어렵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바닷가에 있는 작은 마을이라는 배경을 두고 보는 이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배경들도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일본도 실제로는 지방 소도시들은 거의 존립 자체가 불투명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어있다는 점을 볼 때 다소 미화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장모님....." 

 

잉?? 느닷없이 웬 장모님?? 

첫째인 사치 역시 사귀는 남자가 있다. 

그런데 그것이... 유부ㄴ....

어쩌면 사치는 스즈의 입장은 물론 자신의 아버지를 빼앗아간 스즈의 어머니의 입장까지 들여다본 해탈의 경지에 다다른 캐릭터에 속할지도 모른다. 

 

배제되었으면 하는 부분도 있다. 

 

 근데 난 아직 이런 장면들이 낯설다. 

아니, 익숙해지고 싶지 않다. 

언젠가부터 국내에서도 솔로인 남녀가 유부남녀와의 부적절한 관계에 빠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이 함부로 어떻게 조절이 안된다는 걸 너무 긍정, 일반화시키는 경향도 크고... 

이제 그 어떤 작품들에서도 그런 캐릭터들의 부정된 점을 지적하는 것이 아닌 보는 이들에게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려는 면도 크고.. 

물론 이 영화에서 사치의 현실과 내면은 영화 내용을 흘러가게 하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새로운 관계를 위해 기존의 관계가 파괴되는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런 공식을 배제할 수 있는 날은 이제 안오려나...;;;

 

 

 다시 본론으로... 

어릴 때 한번씩은 꿈꾸어봤을 법한 장면... 

형제 자매들이 창가에 보며 수다를 떨고 창밖을 감상하는 꿈... 

근데 저 자매들이 그걸 하고 있네? 

 

 

가족과 주변과 어우러지는 행복.

 

 이 영화 안에서는 사치 자매 가족의 화해와 조화만이 아니라 주변 모든 이들의 조화된 삶을 그려낸다. 

스즈의 학교생활, 주변 식당에서의 모임, 스즈 친구들과의 일상, 또 집안에서 자매들끼리 집안 가꾸기 등 요즘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이웃들과의 소소한 어울림을 크게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다소 떨떠름한 만남도 결국은 등장하게 되는데 사치자매 엄마와 스즈의 첫번째 대면이다. 

이 때까지 아버지의 불륜이 네 자매의 만남이나 현재의 일상에는 도리어 튼튼한 끈이 되어주었지만 사치, 요시노, 치카의 엄마에게는 남편을 빼앗아간 여자의 딸, 아직까지는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결국 자식들을 버리고 살아왔기에 자식들에게 당당할 순 없지만 절대로 자신이 사치 자매의 엄마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음에 때때로 자기 주관을 밀고 나가다가 여전히 사치 자매와는 말다툼으로 번지기 일쑤다. 

 

 

 아버지가 자신들을 떠날 때 자신은 너무 어렸기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치카. 

역시나 남자들에게 차이기 일쑤인데다 푼수 그 자체이지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뚜렷한 스즈를 내심 부러워하는 치카. 

 

 

 그리고 언제나 동생들을 위해 헌신해왔지만 이번에 자신에게 닥쳐온 또 하나의 선택의 기로에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는 사치. 

 

 

 자매들이 맞게 되는 큰 사건은 장례식장에서 시작되고 장례식장에서 끝난다. 

장례식이란 작은 의미로는 고인이 된 사람과의 이별을 뜻하지만 먼 곳에서, 혹은 바로 현생에서도 또 다른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는 의식이 우리나라보다 큰 일본에서는 그 만남의 소중함을 장례식으로 표현하고 싶은 의식이 그 만큼 클 것이다. 

검은 색 의상을 입고 있는 자매들의 표정은 그래서 어둡다기보다는 뭔가 새로 시작해야 할 무궁무진한 것을 향해 달려가는 기대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자매들의 일상 하나하나를 따져보면 골아픈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이 작품의 히로인답게 결말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사치의 결정에 공감한다. 

물론 계기야 다르겠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이 영화속에서 주인공들의 주변 인물들은 주인공들의 일상을 대놓고 결정지으려 하는 인물이 거의 없다. 

그건 보는 관객들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듯이 말이다. 

솔직히 주인공들의 일상을 따뜻한 마음으로 보다가도 사치의 잘못된 애정관에는 뭔가 저걸 지적할 무언가가 나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타이밍을 빼면 전체적으로는 요즘 흐름을 생각할 때 그럭저럭 바라봐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후반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사치의 마음을 빼앗아간 그가 가정의 소중함을 되찾았기를 바라는 마음도 포함해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