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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한국 스릴러 영화 추천 진희경 심혜진 주연 손톱

토리랑영원히 2023. 10. 18.

 90년대 초반을 넘어가면서 많은 것이 개방되고 영화는 물론 애니메이션까지 해외의 폭넓은 장르 작품들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덩달아 우리나라 방송문화도 파격적이다 싶을 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오늘은 그 중 스릴러라는 장르로 도전을 했떤 영화 손톱을 리뷰해보려고 한다. 

개봉 바로 이전 시기인 1994년에 "은행나무침대"를 통해 함께 여주인공으로 열연했던 심혜진, 진희경이 이번에도 역시 여주인공이자 라이벌로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여 화제를 모은 바가 있다. 

 

 

영화 기본 정보 : 

 

제목 : 손톱

개봉 : 1995년

러닝타임 : 약 100분

관람등급 : 절대 연소자 관람불가

장르 : 스릴러

출연 : 심혜진, 진희경, 이경영 등등

 

기본 줄거리 : 

 

 회사 업무를 보는 도중에 급한 용무를 둘러대며 귀갓길을 서두르는 남녀가 있다. 

바로 대학교수로 재직중인 정민과 광고 인테리어 회사 대표로 잘나가고 있는 소영이다. 

누구보다 행복의 절정을 달리고 있는 부부 정민과 소영은 그토록 갈망하는 아이를 가지기 적절한 시기라면 회사일도 뒤로 제껴버릴만큼 열정적이기도 하다. 

 어느 날 두 부부 앞에 갑자기 모습을 나타낸 혜란은 소영과 고교 동창으로 어릴 적부터 소영의 모든 것을 따라할만큼 소영에게 심한 컴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는 조각가다. 

하지만 현실에서 자신의 재능에 한계를 느끼고 사회적 부적응자로 낙인찍힐 무렵 소영과 재회하게 된다. 

처음엔 자신의 스폰서가 되어주길 기대하고 소영과의 만남을 시도한 혜란은 어릴 때 늘상 부러워했던 소영이라는 존재가 현재에 와서도 누구도 부럽지 않은 생활을 영위하는 모습에 다시금 혹독한 콤플렉스와 모멸감을 느끼고 어느날 우연히 함께 탑승한 엘리베이터에서 남편인 정민과 대화중 꺼내게 된 소영의 진심은 오랜 시간 쌓여온 혜란의 광기를 표출해내는 계기가 된다.. 

 

 

영화의 감상 포인트 : 

 

"비디오로 찍어둘걸 그랬나봐.."

 

아기를 갖기 위해 온갖 몸부림을 시전중인 정민(이경영)과 소영(심혜진)의 한마디. 

둘이 그러고 있는 장면을 애들에게 보여주..... 참아, 제발.....;;;

 

이 영화보다 1년쯤 앞서 개봉한 "은행나무침대"를 감상해본 경험이 있다면 심혜진, 진희경의 달라진 캐릭터 연기를 비교해보면서 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리고 또 하나!! 

들은 바로는 본래 심혜진의 남편 정민 역은 마찬가지로 "은행나무침대"에서 남주인공을 연기한 한석규가 본래 제안받았다는데 한석규가 왜 이 역할을 거절했는지 추측해보는 것도 재미를 부가시킬 수 있다. 

 

 

본격적인 리뷰 시작 : 

 

 광고 인테리어 회사(??) 대표로 근무하는 소영(좌측)은 동종 업계 누구보다 잘나가는 커리어우먼. 

반대로 혜란(우측)은 조각가로써 예술가의 길을 가고 있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재능을 인정받지 않은 피폐한 캐릭터이다. 

이 날도 동종 업계 관련자들과 화려한 파티를 즐기기 위해 이곳에 들른 소영과, 파산직전에 스폰서를 구하기 위해 들른 혜란의 모습을 교차시키는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 대한 반가움에 들뜬 소영과는 달리 자신의 궁색한 모습을 주시하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혜란은 내내 편치 않다. 

 

 

뼛속 깊이 열등감으로 가득찬 캐릭터 혜란.

 

"넌 돈많은 부모에 남편 잘만나  너 하고 싶은 일 마음대로 하면서 살잖아."

 

10년만에 만난 친구 소영에게 처음으로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꺼내놓는 혜란. 

파티장에서 오랜만에 재회한 반가움보다 혜란에게는 과거 그때부터 현재까지 모든 면에서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 행보를 살아가고 있는 소영의 승승장구가 또 다른 제2의 컴플렉스로 돌아온 것. 

그다지 친하지는 않았던 사이인 듯 하지만 선의를 가지고 친구로써 만남을 이어가려는 소영에 비해 혜란의 직설적이고 다소 무례한 공격에 소영은 타고난 자신감으로 자신을 지켜낸다. 

 

 

스릴러라고 보기에 긴장감은 느슨한 편이다. 

 

 90년대 중반 작품이니 그동안 수많은 장르의 연륜을 쌓아온 해외 작품들에 비한다면 뭔가 순간적으로 😯😯😯하는 표정이 나올만한 긴장감은 그리 느껴지지 않는다. 

숨막히게 쫓고 쫓기는 감보다는 배우들의 내면 연기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보는 게 무방할 듯 하다. 

조용히 신경전만 펼치다가 혜란의 잠재된 광기가 폭발되는 저 장면은 두둥 하는 배경음악과 함께 어떤 오바된 효과 없이 살짝이나마 앞으로 있을 여주인공들의 대결에 기대를 갖게 하는 부분이다.  

 

 

옳고 그름에 똑부러진 여성, 소영

 

 행복의 절정을 달리는 가정을 서서히 파국으로 몰고 가는 혜란에 비하면 모든 것을 다 가진 소영이라는 캐릭터는 자신이 가진 만큼 남에게도 여유를 베풀 줄 아는 여성이다. 

게다가 의미없는 컴플렉스와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혜란을 도리어 자신의 곁에 동료로 포용함으로써 영원히 친구로써 포용하려 하는 대범함도 가지고 있다. 

 

은행나무침대에서의 모습과 겹치는 소영

 

 심혜진은 은행나무 침대에서는 선영이라는 역할로 한석규의 연인 역할로 나왔었다. 

당시 미단 공주역으로 열연한 진희경과 엄연한 라이벌이지만 어떤 대립도 없는 라이벌이라는 새로운 구도를 선보였었는데 현생의 연인인 자신과 전생의 연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주인공 한석규에 비해 흔들림없이 자신의 주관을 지키고 마지막을 함께 하는 역할이었다.  

이 영화에서 심혜진의 역할이나 연기 역시 빛은 났지만 심혜진이 연기한 소영의 역할을 보노라면 은행나무침대에서 결혼 후의 선영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영화의 중심이 혜란에게 치우져있는 듯 보인다. 

 

 배우들의 홱까닥 하는 광기가 주를 이루는 것이 스릴러의 관건인데 손톱의 경우는 배우의 굴곡있는 연기는 거의 혜란을 연기한 진희경에게 쏠려있는 듯 하다. 

흔히 말하는 배우들의 파격 연기는 이 영화의 포스터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배우들이 얼마나 홀라당 발라당 하느냐를 의미하는 흔한 수식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 그 방면으로 파격적(??)인 배우는 역시나 혜란을 연기한 진희경 정도랄까... 

남주인공인 이경영은 뭐 이전작에서도 종종 저런 장면을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갈등의 핵 소영을 연기한 진희경의 역할만큼 파격적이지는 못했다. 

 소영의 뭔가 하나라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말겠다는 욕구는 소영의 남편 정민에게 향한다. 

 

 

라이벌인 심혜진씨 역시도 영화 포스터 장면이 가장 파격적이었지 영화 내용상에서는 그 이상 가는 장면 하나없이 오로지 내면 연기로 모든 것을 패스하는 것을 보면 영화상에서 과한 홀라당씬을 배척하던 그녀의 주관을 영화 관계자들도 크게 어쩌지는 못했던 듯 싶다. 

 물론 내가 본 적은 없지만 차후 다른 어느 영화에서는 그간 보여준 적 없었던 과격한 변신을 했다고는 들었는데 아마 그 시기부터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는 여배우로써의 한계를 탈피하려는 몸부림이지 않았을까나... 

 

 

이해하기 힘든 혜란의 업무 능력

 

 혜란의 비밀스러운 광기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지만 도무지 납득이 안가는 부분도 있다. 

자신의 광기를 폭발시키기 위해 소영의 환심을 사 취직에 이른 혜란. 

고교 졸업 이후 줄곧 조각 예술에 몰두해왔다는 그녀가 혜란이 맡긴 일을 너무 순조롭게 척척 해내며 때로는 소영의 결정을 제멋대로 바꿔 고객의 환심을 살 만큼의 능력을 발휘하는데 광고?? 인테리어??

소영이 운영하는 사업의 특성에 대해선 이해하기 힘들지만 10년이 넘는 시간동안을 재능도 없는 조각 일에 몰두해온 혜란이 소영의 비위를 뒤집어놓을 만큼의 재능을 갑작스레 발휘한다는 게 약간 상식을 벗어나있다고나 할까.. 

 비슷한 창작능력을 중요시하는 업계이니만큼 어느 정도의 연계선상에 있겠지만 흔히 먹고 살기 힘든 막바지선상에서 친구의 도움으로 간신히 구한 일자리에서 친구를 치고 넘을 만큼의 능력이 순식간에 생긴다니... 

 

 

뜨뜻 미지근한 캐릭터 정민

 

 소영의 남편 역인 정민은 본래 한석규에게 제안했던 역할이었다는 말이 있다. 

들리는 바로는 뭐 너무 파격적인 내용이라 한석규가 거절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에이~~ 그건 아닌 것 같은데~~~싶다. 

한석규가 출연했던 첫 영화 닥터봉 때도 은행나무침대에서도 "아니, 첫 영화 출연에서 저렇게까지??" 싶을 정도로 홀라당 발라당을 선보였던 한석규가 야~~하다는 내용 때문에 이 영화를 거절했다면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다들 안믿을걸?? 

 

 영화 속에서 정민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리느라 정신이 없다. 

요즘도 남녀 관계에 있어 뚜렷이 잘잘못을 가리기가 애매한데 저 시대는 아직 무조건 여자가 피해자, 남자는 가해자라는 의식이 팽배해있던 시기. 

더군다나 정민은 남자!! 

정말 마음먹고 밀어냈더라면 집요한 피해의식과 집착으로 밀고 들어오는 혜란을 과감히 밀어냈어야 했다. 

결국 히든 카드를 빼내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리다 아내 소영에게 치명상을 입힌 건 도리어 남편인 정민쪽이었을지도 모른다. 

 

"걘 내 친구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당신이 이러고도 사람이야?"

 

 

 뒤늦게 모든 사실을 알고 서로의 관계를 정리하려 하는 소영. 

어쩌면 이 때 모든 것을 체념하고 더이상 서로에게 얽힐 것 없이 서로 갈 길을 갔더라면 어땠을까.. 

무개념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혜란과 배신감에 치를 떠는 소영의 친구로써의 마지막 대면. 

 

 

 저 때만 해도 간통죄, 성에 대한 의식이 어느 정도는 자리잡고 있던 시기다. 

쉽게 말해 영화 제목인 손톱은 여자가 열받으면 그 손톱에 아작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거겠지.. 

하지만 그 손톱을 내세운 여자가 반드시 피해자일 거라고 단정하고 이 영화를 보는 것은 오산. 

 한 여성의 일방적 피해의식과 그에 무방비상태로 속아넘어가는 또 다른 여성의 싸움. 

그리고 그 사이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를 넘나들며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뚜렷한 방도 하나 내놓지 못하는 남자 때문에 답답한 감은 없지 않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사뿐히 자존심은 지킨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전체적 완성도는 무난한 편이고 배우들의 연기력은 볼만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한석규가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던 것이 그의 영화배우 생명력을 몇 년이나마 더 길게 이어갈 수 있었던 신의 한수가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은 어느 정도 개성있고 무게감 있는 원로배우로써 무게를 잡아가지만 다소 이리저리 어쩌지 못하고 이리저리 밀려나가는 초창기 시절 이경영의 모습을 지금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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