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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어두운 넷플릭스 애니 안젤라의 크리스마스

토리랑영원히 2021. 12. 14.

크리스마스가 열흘 남짓 남았다. 

시국이야 어쨌든간에 아무리 이것저것 다 통제당하고 자제해도 이맘때 들뜨는 마음들은 어쩔 수 없나보다. 

그래도 전에 비해 다들 분위기가 강제적으로라도 차단되어서 그런지 이 와중에 칠날레 팔날레 나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째려보게 되는 만큼 힘든 사람이 좀 더 보이는 것 같다. 

오늘도 넷플릭스를 돌아보다 작고 소중한 크리스마스 애니메이션 하나를 찾았다. 

안젤라의 크리스마스라는 30분 남짓한 짧은 작품인데 러닝타임 내내 다소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반비례의 효과가 특징이다. 

 

안젤라의 크리스마스

 

영화 정보 : 

제목 : 안젤라의 크리스마스

개봉 : 2018년 넷플릭스

러닝타임 : 30분

장르 : 가족, 판타지

시청 등급 : 전체 관람가

기본 줄거리 : 

1900년대 초반, 엄마와 두명의 오빠, 그리고 여동생을 두고 있는 꼬마 소녀 안젤라.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성당에 들른 안젤라의 시선은 성당 한켠에서 구유속에 누워있는 아기 예수에게 맞춰져있다. 

이 추운 겨울날 아무 것도 안입고 누워있는 아기 예수를 따뜻하게 해주고 싶은 순수한 마음에 아기 예수를 안고 무작정 집으로 달려온 안젤라. 

한참 난리가 날만도 하지만 안젤라의 따뜻한 마음을 알고 있는 엄마와 오빠들은 예전보다 더 행복한 마음으로 아기 예수를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놓기 위해 성당으로 함께 떠난다. 

과연 안젤라 가족들은 무사히 아기 예수를 성당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까.  

 

넷플릭스 애니

 

위의 첫번째 사진에서 나온대로라면 큰 오빠인 톰은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있어야 하는데 잠시 뒤에는 그냥 얇은 상의만 입고 있다. 

막내 여동생 에리가 부쩍 자라서 옷이 맞지 않자 큰오빠 - 작은 오빠 - 안젤라 - 에리순으로 외투를 넘겨주고 정작 큰오빠인 톰은 성당에 입고 갈 외투가 없는 것이다. 

엄마는 자신의 외투를 큰 아들에게 넘겨주려 하지만 장남의 어른스러움과 엄마 코트를 입고 우스꽝스러워보일 자신의 모습에 대한 상상의 공존 때문에 목도리만 넘겨받는다. 

자그마치 1914년도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이지만 지금에 비하면 모든 이가 비슷하게 못 살던 시절을 살아온 우리 기성 세대들에게는 저 장면들이 그리 낯설지 않다. 

 

아기 예수안젤라

 

그렇게 힘든 생활을 하면서도 어린 안젤라의 눈에는 성당 한켠에서 제대로 된 옷 한벌 없이 누워있는 아기 예수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워낙 신개념 상품들이 많이 돌아다녀서 요즘 아이들은 저런 싼티나는 인형에는 별관심도 없겠지만 한때, 최소한 성당이나 교회에서는 저런 작은 예수 인형조차 귀한 물건으로 취급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저 시대는 안젤라의 호기심어린 순수한 마음을 모든 이들이 어린아이의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넘기기조차 힘든 시기였다. 

 

구원

 

작품 자체가 3D여서 언뜻 보면 인형이 인형을 들고 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맛있는 사탕

 

"보는 건 하루종일 봐도 돈 안받아." 

 

크리스마스 때 오빠, 동생에게 엄마가 나눠줄 간식을 생각하며 설레여하는 안젤라. 

온갖 호기심거리가 넘쳐나고 사방팔방이 아이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것 투성이지만 그저 배부르게 먹는 것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가장 큰 행복이던 시절 이야기다. 

갖고 싶은 게 있어도 갖지는 못하지만 그저 그 앞에 가서 눈으로 보고 상상하는 것만으로 꿈을 채워가던 시절이 있었다면 요즘 그걸 공감할 만한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려나. 

 

따뜻한 경찰더 힘든 이들

 

늦은 시간 품에 무언가를 안고 무작정 달리는 아이. 

 

 

그런 아이 앞에 등장한 경찰의 모습은 우리 기성 세대가 어린 시절에 꿈꾸던 이웃집 삼촌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저런 모습은 그냥 우리 어린 시절의 상상 속에서나 실현되었어야 하는데 요즘 경찰들이 그렇게 맛탱이가 간 게 어쩌면 우리 기성 세대들이 자신들의 꿈속에서 그려내던 경찰상을 무리하게 현실화시키려 한데서 비롯된 부작용이 아닐까 하는 씁쓸함이 가득하다. 

 

놀라는 가족들

 

저 당시로써는 우리 동화책 주인공으로 아주 유명한 장발장에 버금가는 범죄를 저지른 것이나 다름없는 안젤라. 

동생의 철딱서니 모험 현장을 딱 목격한 작은 오빠에 의해 가족 모두가 사실을 알게 되지만 한참 난리가 날 법도 한 상황인데 이 가족들은 현실을 의연하게 대처한다. 

 

가족 사랑

 

중반부에 드러나는 아빠의 존재. 

잠시 엄마의 회상으로 시작되는 그들의 가족사.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아빠가 보이지 않는다. 

안젤라가 태어나던 날도 무척 추운 어느 날이었단다. 

하지만 집안 형편상 불을 지필 석탄도 충분치 않아서 아빠는 충동적으로 그저 석탄 몇 개를 슬쩍 빼내다 교도소 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따뜻한 가족

 

자신의 행동이 도리어 가족들에게 힘든 시련을 만들어줬다는 사실에 아빠는 부끄러워했지만 일찍 철든 아이들과 나누는 사랑의 힘으로 엄마는 이때까지 힘든 일상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왔단다. 

현재는 마지막으로 태어난 딸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아빠는 먼 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 듯 한데 내용 자체가 너무 다크해서 만약 아버지가 아예 안계시는 것으로 설정을 했더라면 이 애니는 절대 전체 관람가 판정이 안나왔을지도 모르겠다. 

 

함께 출발

 

한편으로는 가족의 따뜻한 사랑의 의미,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이가 받아들이는 것의 차이를 어린 딸에게 설명하기 위한 엄마의 노력을 제대로 받아들인 안젤라. 

이젠 모든 가족이 함께 아기 예수를 본래의 자리로 돌려주어야 한다. 

과연 힘든 시기를 타고난 이들의 회개(??) 모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너무 짧은 러닝타임이라 모르는 사람도 많을 법한데 올해 2편도 나왔다. 

넷플릭스에 올라왔다는 사실은 다른 작품들처럼 폭발적인 스토리는 없지만 잔잔하게 사람들 마음에 각인되는 효과는 꽤 크다는 증거가 아닐까. 

이 애니를 찾는 모든 사람들이 모든 게 각박해진 세상이지만 조금이나마 내 스스로를 자제하고 가까운 이웃을 돌아보는 작은 시선들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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