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빼놓을 수 없는 일상/👵 이 아저씨가 사는 법

퇴직금은 입금되고 뜬금없이 바쁜 생활은 시작되고

토리랑영원히 2024. 4. 23.

"퇴직금 얼마 받았어?"

 

같은 팀에서 작업하는 중국인 누나가 며칠 전 퇴근길에 대뜸 던진 말이다. 

 

"응? 나 아직 입금 못받았는데.. ㅇ.ㅇ"

"딴 사람 다 받았대. 얼른 확인해봐...."

 

 난 평소 주변 상황에 어리버리하게 대처하는 편인데 그러다보니 남들은 다 알고 있는 상황을 나만 모르고 있을 때가 많아. 

그걸 아는지 다른 누나들이 뜬금없이 이렇게 내 상황을 미리 체크해줄 때가 많은 편.... 

그놈의 퇴직금 때문에 벌써 지난 주에 IRP인지 뭔지 그거 계좌 만들고 어쩌구 하느라고 직장 내부가 한참 웅성웅성했었지. 

 근데 이번엔 그게 입금된 걸로 끝난 게 아니라 그걸 다시 해지하고 다시 원하는 은행 계좌로 입금 신청까지 끝내야 모든 절차가 끝난단다. 

일단 내가 신청해둔 계좌를 확인해보니 입금은 되어있더라.. 

오홋.... +_+

뭐, 내가 지난 6년간 이악물고 일한 댓가의 마무리니 공돈은 아니지만 별다른 변화도 없는 요즘 모처럼의 목돈이 생겼으니 마음만은 뿌듯하다. 

 

 

시원섭섭할 겨를이 없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마음이 어딘가 허전하고 착잡하고... 

뭐 그렇다는데 난 그럴 겨를도 없다. 

아무래도 같은 회사인듯 전혀 다른 회사가 되어버린만큼 일 돌아가는 분위기가 예전하고는 너무 다르기 때문... 

일단 4월 들어서 예전처럼 토요일날 쉬어보기는 커녕 평일에 정상 퇴근을 해본 적이 없어... ㅇ.ㅇ

매일매일 2시간 추가 잔업이 기본이란 얘기지.... 

우리 같은 기성세대들은 이미 한창 나이일 때 퍼질러지게 일에 파묻혀 살아왔고 온몸에 피곤이 찌들어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좀 빠듯하더라도 이젠 늦게까지 일해서 수당 올리는 것보다는 좀 덜 먹더라도 일찍 귀가하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도 많잖아? ㅇ.ㅇ?

 

"누나, 나 이번 주 토요일 특근 좀 빠지면 안될까?? 치과 좀 가야 될 것 같은데..."

"아후... 안돼. 이쪽 라인하고 저쪽 라인은 풀로 돌려야 된단 말이야... ><"

 

 

 

 아, 정말 이번 주는 좀 쉬면서 충전을 좀 하고 싶었는데..... 

이러니 퇴직금 몇 푼 받았다고 뭔가 하나가 끝났다는 시원 섭섭함을 느껴볼 겨를이 있을까??

팀장 누나가 얼마나 정신없게 바쁘고 중요한 존재인지는 항상 느끼고 있다. 

단 하루만 현장에 없어도 그 날 하루 우리 현장은 정말 생불바다가 된다는 걸 수도 없이 뼈저리게 느껴왔던 나. 

그 와중에 현장 작업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다면 우리 팀장 누나 정말 혈압올라서 쓰러질지도.. -_-.... 

내 몸이 피곤한 것도 싫지만 지난 6년간, 그리고 앞으로도 기약없이 함께 해야 할 현장 누나들이 힘들어 하는 걸 눈으로 보는 건 솔직히 더 싫다. 

 아직은 그 만큼 내가 회사 일에 협조할 여력이 남아있다는 증거인 게지... 

대신 다음 주 특근은 빠지게 해달라고 미리 요청해놨으니 한 주 더 힘내고 다음 주 주말을 위해 힘내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