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빼놓을 수 없는 일상/🚙 내 연보를 남기자

칼국수가 주식이던 유년시절 칼국수 한그릇 만원 시대를 맞이하며

토리랑영원히 2023. 10. 17.

 우리집은 쉽게 말해 뭐가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수식어를 벗어나본 적이 없다. 

그래도 그 오래 전 어느날 난 여전히 아무 것도 모르는 철부지였고 동생까지 가진 엄마는 책임감 없는 아버지 때문에 늘 생활에 쪼들리며 앞집, 옆집, 뒷집으로 생활비를 꾸러다니는 게 일과였다. 

 내가 성장해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 엄마는 가끔 이모나 삼촌들에게 그 시절 얘기를 하셨는데 밀가루가 아닌 밥을 먹고 싶다는 내 말이 너무 마음이 아파서 이웃집에 당시 돈으로 100원을 빌리러 가셨다고 한다. 

보름달 모양의 납작한 뻥튀기가 20장쯤 들어있는 보름달 모양의 뻥튀기 한봉지가 100원쯤이었으니 아마 쌀 한두말 정도를 사려고 하셨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 때는 누구나가 힘들던 시기, 요즘처럼 빈부 격차 때문에 이웃집과 갈등을 벌일 일이 그리 흔치도 않았던 만큼 이웃집이라고 해서 여유가 있을리가 만무했다. 

겨우겨우 20원을 빌려 집으로 돌아오던 어머니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고 하는데 그 때 내가 쌀밥을 먹었는지는 기억도 안나고 엄마는 내가 전혀 기억을 못할 거라고 생각하셨지만 난 늘 깜박깜박 정신 두문불출로 살면서도 그렇게 어린 시절 4~5살 때 기억만큼은 이상하리만치 또렷하다. 

 한가지 확실한 건 밥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지만 그렇게 원없이 먹어본 밀가루 음식 칼국수, 수제비 등의 음식이 내게는 여전히 지금까지도 질리지 않는 대환영 메뉴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맛있고 좋아했던 음식이라도 매일같이 먹는다면 질리기 마련이고 나도 어릴 때와는 달리 입맛도 많이 변했는데 그 시절 그렇게나 질리게 먹었던 밀가루 음식을 여전히 좋아한다. 

지금의 초등학교,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언제나 생계 순위 하위에 머물러있던 우리집이 그나마 조용할 수 있었던 건 한창 사춘기를 지나면서도 그 흔한 먹거리 투정을 하지 않았던 내 천성도 한몫 하지 않았을까... 

 덕분에 한참 식구가 밥을 굶을 위기에 있는 와중에도 동생은 아침마다 무슨 콘 후레이크?? 팔자 좋게 그걸로 식사를 떼우면서 주제넘는 유년시절을 보냈고 반대로 나는 뭘 해도 주는 대로 먹는 어른스러운 장남이라는 타이틀에 눌려 사는 함정에 스스로 빠져산 셈이다. 

 어찌 보면 남들처럼 부모님에게 떼를 쓰는 것 자체가 내 체질이 아니었으니 이것도 타고난 팔자려니 하고 여지껏 살아왔다. 

 

 

만원이라도 특별한 걸 기대할 수는 없는 시대. 

 

 그렇게 정 먹을 게 없어도 칼국수, 수제비 만큼은 내 뱃속을 채워주던 시절. 

나도 나름대로 맛이라는 걸 가리는 편인데 그 때나 지금이나 왜이렇게 저렴한 음식에 끌리는 걸까. 

코로나로 세계가 한창 시달리던 몇 년 전에도 인근 시장 식당에서 3,500원짜리 칼국수에 감동했는데 이제는 그 칼국수가 만원이란다. 

물론 그 식당은 가본지가 또 몇 년 전이라 지금은 얼마인지 모르지만 한번 확인 시찰 겸 가보고 싶어도 행여나 충격받을까봐 엄두가 안난다. 😦😦😦😦😦

블로그를 쉬기 직전인 작년 여름까지 난 일주일에 한번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맛집 투어를 했었다. 

그래봤자 평소 구들장 짱박이인데다 뭐 안에 뭐라고 다른 사람들처럼 다채로운 메뉴를 돌아볼 자신도 없어 나름대로 저렴한 메뉴를 찾아서 돌아다니다가 어쩌다 한번씩 뜬금없이 고급스러운(??) 메뉴를 찾다가도 다시 생각나던 게 칼국수, 수제비... 

 도대체 내 입맛은 왜이리 저렴함을 추구하는지 모르지만 삼촌이나 이모들 말대로라면 난 이게 팔자라더라. 😂🤣😂🤣

 

 

현대시대에 만원이라는 돈의 값어치는 어느 정도일까. 

 

 금전의 값어치가 사정없이 곤두박질 친 게 칼국수만은 아니겠지만 이제 온가족이 함께 즐긴다는 의미의 "조촐하다"는 사라져야 할 시기인 건가. 

칼국수라는 메뉴는 비싸면 안되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소시민으로 살아본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단지 가격급상승의 문제만을 따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지 않을까나. 

그렇게 면이 좋으면 라면을 먹으라고?? 

뭐, 그럴 수도 있겠지. -ㅅ-

하지만 칼국수에는 위에도 말한 것처럼 지독히도 가난에 찌든 시절 밑바닥 허기를 채워준 소중한 기억이 기성세대들에게는 남아있다. 

요즘 시대에 안오른 게 뭔들 없겠냐마는 아직도 얄팍한 주머니 사정과 정말 허기에 지쳐 가까운 식당에서 한끼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면 되려나... 

 

 

별다른 재료가 없어도 맛있었던 그 시절 칼국수

 

 내 기억이 잘못됐는지 모르지만 그 시절엔 요즘에 비해 칼국수집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웬만큼 없는 사람들이 집에서 만만하게 먹던 음식이니 식당에서 돈내고 먹는 게 아까워서였을까. 

도리어 요즘들어 과거의 그 맛이 그리워 여기저기 조금 늘어난듯한 상황인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칼국수??

 

급격한 물가 폭등에 자영업자들도 아무 대책이 없이 무너지는 상황에 덮어놓고 기존의 가격을 지키기는 무리겠지, 암.

그래도 어떻게든 메뉴를 지켜보려는 노력은 보이지만 자영업자들이 저 지경인데 일반인들이 뭘 어떻게 믿고 외식 문화를 지켜나갈까나... 

 최근 들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분식 메뉴들이 많이 생겼다.

흔히 알고 있는 분식의 대명사 떡볶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닭고기, 오징어, 심지어 수육고기까지 첨가해서 정체불명의 떡볶이로 거듭난데다(??) 아무리 봐도 고급스러운 메뉴에 떡을 첨가한 음식이지 더이상은 떡볶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름만큼은 여전히 떡볶이를 고수한다.

 이처럼 이름은 칼국수지만 마치 다른 고급 메뉴에 칼국수 면발을 끼워파는 듯한 모습이 늘어나면서 소소하게 들를 수 있는 동네 국수집도 이젠 멀게만 느껴진다. 

 

 

 가게마다 자신들만의 비법으로 만들어낸 맛의 노하우가 있겠지만 만드는 사람의 심정 다르고 대금 지불하는 사람의 심정이 다른 것도 어쩔 수 없다. 

얼마 전 갑작스러운 내 정신퇴출 사고(??) 때문에 오랜만에 외식을 하던 날 실감했지만 휴일에 도리어 많아지던 외식 고객들이 확실히 확~~ 줄었다. 

이젠 맛이고 뭐고간에 경제력이 좀 나은 사람들도 더이상 이대로는 현상을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게지.. 

 

 

 다행히도 지방지역은 물론이고 도심 곳곳에 각자 업주들 자신만의 방식으로 물가 폭등을 방어하는 곳이 여전히 있기는 하다만 밥 한끼를 먹자고, 그것도 요즘처럼 나홀로 식사 모드를 즐기는 사람이 많은 상황에 찾아가기에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일뿐... 

 어쩌다 즐기는 가족 외식을 칼국수 먹자고 전철타고 가기도 그렇고 자가용까지 몰고 기름값 쏟아가며 가는 것도 너무 무모하지... -_-

해당 사항은 가까운 지역에 서식하는 현지인들에 대한 혜택일뿐, 요즘 폭등한 물가에 맞춰 직장인들 점심해결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전과 같은 가격에 수십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한식 뷔페집들 대부분이 내 서식지하고는 전~~혀 상관도 없는 머나먼 북녘땅(??)에 있는 것을 감안하면 웬만한 사람들은 그냥 현실의 물가 소비자 가격 폭등을 온몸으로 감내하며 살아가는 게 상책이다.   

 

 

 오늘 모처럼 사다 먹어본 즉석 칼국수가 이리도 맛있게 느껴진건 이제 모처럼 맛보는 외식업계의 손맛보다는 가성비 충만한 MSG의 조합을 내 몸도 과감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는 의미인가.. 

 과거에는 쉽게쉽게, 편의를 생각해 인근 동네 식당은 누구에게나 일상의 게으름을 정당화(??)시켜주던 곳이었는데 요즘은 어머니가, 할머니가 직접 방망이로 면발 뽑아 육수 끓여 만들어주시던 그 맛을 마지막으로 맛본 게 벌써 강산이 몇 번 변했는데도 오히려 기억이 더 생생해진다. 

 그 손수 만들어준 맛의 유일한 라이벌이 유명한 식당이 아닌 오히려 몸에 안좋다 생각하는 MSG 충만 즉석 팩이 차지하다니.. 

 코로나 중증 시기까지만 해도 맛으로 질로 승부가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식료품 자영업자들도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어느 정도 표준화된 가격이 지켜지지 않는 이상 앞으로 이 바닥도 오래 가지는 못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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