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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어린 시절 즐겨먹었던 국민 비타민은 뭐였을까

토리랑영원히 2023. 10. 27.

 될 수 있으면 잘 챙겨먹어야지 싶다가도 무언가를 집에서 직접 내 손으로 만들어먹는다는 게 쉽지 않다. 

그렇다고 어린 시절에도 우리집은 남들보다 못했으면 못했지 가족들이 뭘 충분히 챙겨먹을 수 있는 형편은 아니었다. 

고령의 연세에 힘들게 농사짓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손자들 몸 챙기라고 이것저것 챙겨먹이지 않으셨다면 유년시절에 풍족하게 먹어본 기억은 아예 제로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한창 나이 때는 대충 먹고도 매일매일이 거뜬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그건 내가 젊거나 건강해서가 아니라 어릴적 할아버지, 할머니가 챙겨주신 에너지 방출의 효과였다는 게 맞을지도?? 

 언제부터인가 꾸준히 종합비타민을 챙겨먹는 것도 이젠 그렇게 방출할 에너지가 고갈되어가고 있는 게 온몸으로 느껴지는 걸 부인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할아버지, 할머니만 우리 몸을 챙겨준 건 아니다. 

당시에 빠듯한 살림이었지만 내가 지금의 초등학교 상급생이 될 때쯤 어머니는 처음으로 비타민 한통을 사다주셨다. 

 

"아침마다 딱!! 1개씩만 먹어야 돼...." 

 

 동글동글한 약병에 들어있는 걸 보면 당연히 약인데 그 맛없는 걸 왜 그리 1개씩만 먹으라고 강조하시는 걸까.. 

아직 비타민이라는 걸 경험해본 적 없는 아이들이지만 그 이유를 알게 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당시에도 아이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진 비타민은 요즘 나오는 새코한 사탕 같은 맛이었는데 크기를 비교하자면 옥수수 알갱이 두개정도의 크기일려나... 

 사탕이라면 입안에 넣고 꽤 오랫동안 빨아먹을 수 있겠지만 그 비타민은 깨물어먹는 거라 순식간에 꿀떡 넘어가고 입안에 남아있는 새콤한 사탕맛은 하나 더 먹고 싶어 환장한 어린 좀비들을 양산하는 효과를 연출해내기 딱!!

 

 

 요근래 초여름까지 먹던 비타민 영양제는 가격대비 용량이 많아서 먹기도 좋고 마치 어린 시절 그 비타민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지만 상당히 저렴한 가격 때문인지 이게 내 몸에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는 건지 영 믿기지를 않았다. 

그래서 다른 비타민제도 먹어봤지만 그게 그만, 실수로 물이랑 같이 삼키는 약을 주문해버리는 낭패를 겪은데다 혼용해도 될만한 비타민 알약 4개를 셋트로 조합시킨 거라 아침 출근 직전에 그거 4알을 삼키려다가 염라대왕님의 허상이 눈앞에 몇 번이나 오갔는지 모른다. 

 요즘은 일단 과식 습관을 청산한 효과 덕에 소화불량 증상은 거의 사라졌지만 과거에는 무리한 식탐 탓에 오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잦아 그 부작용으로 목구멍이 예민해져 알약을 삼키는 게 쉽지 않다.

그 와중에 신체 리듬 지킨다고 마음먹고 구입한 비타민이 자그마치 알약 4개라니...;;;

 그 다음에 주문한 비타민은 바로 위 사진에 나온 저것...  

다행히 저 제품은 치아로 깨물어먹을 수 있는 정도의 단단함이라 두달 가까이를 먹어왔지만 떨떠름한 맛이 입안에 오래 남아있는 게 정말 마음에 안들었다.

이전에 먹었던 그 새콤함 비타민과 위의 비타민의 맛 사이에서 요번엔 잘 골라보자 마음먹고 N 사이트 쇼핑 탭을 한참 뒤적여보다가 눈을 의심하는 제품이 있었으니... 

 

 

 바로 저거, 원기소다.... 

요즘도 원기소가 나온다고?? 

어머니가 2번째로 사주신 영양제가 원기소였는데.... 

이전에 첫번째로 사다주신 비타민이 비싸고 양은 적어 가계부 거덜난다고 걱정하신 어머니가 선택한 만큼 역시나 둥글둥글한 통 크기도 이전 비타민에 비해 2배쯤 컸고 내용물도 많았었다. 

위의 사진에 나온 것처럼 자그마치 1,000알갱이나 들어있었는데 양이 많은 만큼 엄마도 한번에 5개 알갱이를 허락하셨지만 대신 약 알갱이가 당시의 1원짜리(요즘은 없는 동전) 반정도 되는 크기였으니 그게 5개라고 해봐야 별로 성에 찰 리가 없는 양이었다. 

 

 

 맛은 뭐랄까, 볶은 콩 같은 맛이었다고나 할까. 

새콤한 맛을 좋아하는 내게는 실망스러운 맛이었지만 볶은 콩처럼 별맛은 아니더라도 막상 옆에 있으면 그냥 마냥 손이 가는 중독스러운 맛이기 때문에 어머니의 갯수 제한은 절대 괜한 것이 아니었다. 

말씀으로는 너무 많이 먹으면 탈난다는 이유에서였는데 당시 서울에서 살던 큰이모도 여동생들한테 원기소를 먹였다고 들었다. 

이모 가족이 우리집에 비하면 딸들에게 약한 면도 있지만 이모랑 이모부는 여동생들에게 이 원기소를 아침마다 한주먹씩 내줬다고 하는 걸 보면 당시 어린 마음에는영양제 과다하게 먹고 병원에 실려갔다는 사람들의 신체 구조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것도 아니라면 원기소는 그렇게 한주먹씩 먹고도 별차이가 없는, 실제로는 영양보충적인 면에서 한참 뒤떨어졌다거나 말이다. 

그랬던 윈기소가 지금도 나온다고?? 

그럼 맛은?? 

궁금한 건 많지만 결국 원기소를 구입하지는 않았다. 

어릴 적에 이모 식구들은 애들하고 같이 복용했다는데 이모나 이모부에게는 거의 간식이었다고 하니... 

지금 내가 원하는 게 식후 디저트를 원하는 게 아니니까.. 

 

 

 당시까지만 해도 어린이들만 먹는 걸로 알고 있던 원기소도 알고보니 가족전체용..!!

근데 참 이상하지?? 

 

어째서 가족용 영양제 모델은 아이들만 나올까...

 

 지금의 내 눈에 들어오는 비타민은 많다. 

다만,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그게 나 같은 아저씨나 아줌마가 자신을 위해서 선뜻 고를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제품 설명란에는 "어린아이부터 성인 모두~~"라고 적혀있는데 그 제품 선전을 위한 모델 사진은 전부 애들만 찍혀있는 이유는 뭘까?? 

아니, 온가족에게 좋다며?? 

아이부터 성인까지라며?? 

그래놓고 약을 복용하는 사진은 온통 애들만 찍어놓으면 그런 아무리 봐도 애들은 먹어도 좋지만 성인이 먹으면 효과가 별로 없을 지도 모른다는 의미로 보이잖아?? 

 

 

 이리저리 몇 페이지를 왕복하며 간신히 내 취향에 그나마 부합하는 놈으로 하나 골라 이틀째 아침마다 시식하며 출근중이다. 

가격은 같은데 용량은 절반... 

고로, 2배로 비싼 괘씸한 놈... 

멀쩡히 다 챙겨먹고 사는 사람들도 하나쯤은 챙겨먹는다는 영양제... 

오늘 아침도 아침 한끼 이외에 소중한 내 몸을 보조해준다는 생각으로 물 팔팔 끓여 한사발(??) 들이키고 하루를 시작한다. 

내년, 또 내후년에 지금보다 나빠지지 않고, 적당한 불평과 불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내 스스로를 기약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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