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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서민 향기 물씬 드라마 게임 아줌마 특공대

토리랑영원히 2021. 12. 15.

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공중파 방송 MBC에서는 베스트극장, KBS에서는 드라마 게임이라는 단막극 프로그램이 상당히 인기를 끌었었다. 

한시간 남짓한 시간 안에 다양한 주인공들을 앞세워 이야기를 풀어나갔었는데 요즘은 현시대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인지 자꾸 스토리들이 안드로메다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지만 당시 드라마 속 이야기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서민들이 공감하기 좋은 스토리들이 넘쳐났었다. 

당시 드라마게임의 에피소드들에 대한 추억이 불타던 중에 유튜브에서 구독중인 채널에서 이 소중한 영상을 찾아냈는데 드라마 게임 에피소드중 1993년작 부제 아줌마 특공대다. 

 

아줌마 특공대

 

드라마 정보 : 

제목 : 드라마게임(부제 : 아줌마 특공대)

장르 : 가족, 일상

러닝 타임 : 1시간 3분

시청 등급 : 전체 관람가

기둥 줄거리 : 

서울 도심의 한 아파트 단지 한켠에서 무언가를 기다리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 4인의 아줌마들이 있다. 

이들은 인근 우유 회사에서 파견한(??) 고객 모시기 행동대원 아줌마 특공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판자촌 달동네에서 지극히 낮은 서민 생활을 하고 있지만 늘 가족의 미래를 위해 몸을 내던지는 그 시대의 어머니들인 오여사, 양씨댁, 창수댁, 웨이터댁은 한지붕 아래 거주하며 매일같이 벌어지는 일상의 고난과 역경을 온몸으로 부딪치고 헤쳐나가며 점점 더 정깊은 이웃이 되어간다. 

 

진압 현장억척 아줌마

 

에피소드가 처음 시작하자마자 어디선가 달려오는 이삿짐 센터에 행여나 사고가 날까 무서울 정도로 달려드는 아줌마들. 

언뜻 보면 무슨 시위대의 진압 현장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 지나가는데 이들은 인근 우유 급식소에서 파견한 긴급 대원 아줌마들이다. 

 

우유 홍보원임무 완수

 

이 4명의 아줌마들이 오늘도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 이유는 다름아닌 고객을 유치하기 위함이다. 

자신들이 일하는 우유 급식소에서 떨어진 임무대로 인근 아파트 단지에 새로 이사오는 주민의 이삿짐을 다짜고짜(??) 날라주고 자신들의 우유 급식소를 이용해달라는 청탁을 하기 위한 가장 친근한(??) 수단이 바로 이 이삿짐 날라주기인데 우유 급식소가 인근에 하도 많다 보니 그 경쟁의 몸싸움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현대판 육탄 전쟁을 방불케 한다. 

내 기억대로라면 저 무렵부터 이웃짐 센터에 포장 이사가 점점 들어섰고 그전에는 지인들이 이사를 하면 용달차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 짐도 날라주고 했었는데 저 시기부터는 그게 전문 업체들의 영업을 방해하는 행위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그 조차 점점 보기 힘들어지던 시기였다. 

그런 시기에 어떤 이에게는 그 아줌마들 참 극성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또 어떤 이에게는 참 억척스럽게 살아간다고 현실적 공감을 하는 사람도 많았을 드라마다. 

 

한지붕 4가구

 

한 지붕 아래 4식구가 아니가 4가구다. 

딸 창숙과 단둘이 사는 오여사, 남편과 1남 1녀를 두고 있는 양씨댁, 정체모를 웨이터 연하남과 함께 살고 있는 웨이터댁, 그리고 아들 창수, 때밀이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창수댁. 

이렇게 4가구는 방문만 열어도 서로의 집안이 훤히 공개되는 개방형 이웃인 셈이다. 

문열고 나오면 함께 저녁 찬을 준비하고 행여나 옆집 아이가 식사를 거르고 있으면 함께 챙겨준다. 

그럼 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각 가정의 환경을 한번 살펴보자. 

 

코미디언 문영미

 

아줌마 특공대의 대빵에 해당하는 오여사는 딸 창숙을 데리고 살아가는 일명 과부다. 

매일같이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프지만 딸 창숙만은 보란듯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쉴 새가 없다. 

 

"자꾸 아프다면서 그런 일을 왜 해?"

"가만히 앉아있으면 누가 밥먹여준다든? 이 다음에 너 시집은 뭘로 보내?"

"이렇게 지지리 궁상 과부 달을 누가 데려간대?" 

 

창숙은 힘들게 일하는 엄마에게 못하는 말이 없는 딸이지만 속으로는 내심 엄마를 극진히 생각하고 있다. 

난 개인적으로 이 오여사 캐릭터를 연기한 문영미 여사의 팬이다. 

본업은 코미디언인데 저 당시에는 보기 드물게 간간히 이런 정통 드라마에 나와 푸근하고 전형적인 이웃집 아줌마의 모습을 찰떡같이 보여주신다. 

이 에피소드에서도 그런 이미지 때문에 다른 전문 연기자들을 제치고 메인 주연을 꿰차셨으니 방송 제작자들이 보는 눈도 우리와 같았던 모양이다. 

아, 오여사의 딸은 과거 인어아가씨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장서희씨다. 

저때만 해도 자신이 10년 후에 그런 톱스타가 될 줄은 몰랐다지?? 

 

중문없는 단칸방

 

그리고 도박 습관을 못고치고 매일 사고치기 일쑤인 때밀이 남편 때문에 늘 마음 고생이 심한 창수댁(김보미). 

이 날도 자기 성질 못이겨 일은 안나가고 자빠져있는 남편과 한바탕 하고 만다. 

그런 마나님의 성화에 못이겨 일어나 문을 벌컥 열어제친 저 모습. 

저런 풍경이 바로 그 당시 서민들의 실상이었다. 

요즘은 같은 가족끼리라도 각자의 프라이버시를 앞세우는 시대이지만 출근을 하거나 학교를 가지 않는 이상 예외없이 한 가족 전체가 한 방에서 지내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가끔 별 생각없이 문을 벌컥 열고 나가는 아버지 때문에 반쯤 벗다 만 몸을 앞집 아줌마한테 들키는 일은 그냥 예사로운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오다가다 만난 사이

 

다들 가족간에 나름대로의 희노애락이 엿보이는 일상을 살고 있지만 유독 너무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듯 보이는 웨이터댁. 

 

 

10살은 어려보이는 남편을 늘 깎듯이 대하는 웨이터댁은 천상여자라고 칭찬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늘 주변 이웃들에게 걱정을 끼친다. 

 

단란한 가정

 

딸 때문에, 남편 때문에 투닥투닥거리지 않는 날이 거의 없는 다른 집에 비해 양씨 집안은 가장 온순한(??) 분위기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리 공부해도 서울 애들은 못 따라가겠어요."

"우리 반 애들도 전부 과외해요, 엄마." 

 

농사를 짓다 온갖 사기에 휘말려 가지고 있던 전답 다 팔고 서울로 올라왔다는 일가족. 

모든 것 다 없어졌어도 자식들 앞길은 열어주고 싶었나본데 시골에서 살아온 이 가족에게 서울의 학구 열풍을 따라잡기란 절대 녹록치 못하다. 

 

90년대 화장실 앞

 

이른 아침부터 오여사의 딸 창숙과 이웃집 창수 아빠는 영 떨떠름한 표정으로 첫인사를 한다. 

한 지붕 아래서 서너가구가 모여사는 것이 일상이던 그 시절, 가족도 아니고 동성도 아닌 이웃집 아저씨와 아가씨가 다른 곳도 아닌 화장실 앞에서 원초적인 향을 풍기며 자리 싸움을 하던 그 모습이 나도 이젠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가는 걸 보니 이래서 개구라가 올챙이 시절을 기억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가보다. 

그 시절에 이웃집 금방 먼저 들어간 이웃집 아저씨 덕택에(??) 그 냄새와 담배 냄새가 공존하는 지옥을 경험하면서도 멀쩡하던 내가 지금은 내 동생이 슬그머니 나가서 끌고 들어온 담배 냄새에는 경악을 하다니... 

도대체 난 그 때 무슨 능력으로 그 험난한 공기속에서 살아남았던 걸까... -_-?? 

 

험한 일새로운 일

 

이사철 지나고 우유 수급 줄고 이래저래 아줌마들의 고난은 끝이 없나니... 

지금은 주부들이라도 낮시간에 일할 곳이야 얼마든지 있지만 저 당시에는 아직 주부 사원이라는 개념도 완전히 자리잡지 못한데다 어린 자녀들을 혼자 놔두고 엄마들이 사회 생활을 한다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던 시절이다. 

그 와중에 뭐라도 해야 산다는 공식은 지금보다 더 처절했지 덜 하지는 않던 시절, 그 현실의 가시밭길을 헤쳐나가기 위한 엄마들의 희생을 덮어놓고 바보였다고 몰아부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는 게 마음이 쓰리다. 

 

으르렁화해

 

조금만 수 틀어져도 가족끼리도 안보고 사는 세상, 그 시절엔 그런 게 없었다. 

아빠들끼리 아침에 한바탕 하다가도 저녁이 되면 서로 소주 한잔 기울이며 웃고 또 금새 예전으로 돌아가고, 어차피 한 지붕 아래 사는 사람들끼리 금새 어디로 이사갈 것도 아닌데 오래 으르렁거려봐야 좋을 것도 없고 철천지 원수같은 짓을 저지른 것도 아니니 이왕이면 깨끗이 기분 풀고 좋게 지내는 것도 나쁠 것은 없다. 

그런데 요즘은 어찌된 영문인지 한지붕 위아래 사는 것 치고는 터뜨려도 너무 크게 터뜨려서 서로 화해라는 매개체를 꺼낼만한 근거 자체가 없다... 

아무리 예전보다 좋아진 세상이라지만 과반수 이상이 저런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일텐데 겉으로는 서로 좋게 좋게 인정 베풀고 살았지만 속으로는 마지못해서 그렇게 산 사람이 많았나....

 

다친 남편적적함

 

너무 폐쇄적이다 못해 이젠 주변 환경까지도 우리를 폐쇄의 구렁텅이로 더 빠트리지 못해 안달난 것 같다. 

힘든 상황에서 서로의 사이에 문을 닫기보다는 좀 더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는 출구를 찾기 위해 애쓰던 가족과 그 한단계 건너 또 다른 가족들이 서로 의지하며 일상을 나누던 그 때가 갑자기 무척 그립다. 

 

달리는 아줌마들

 

처음 드라마가 시작하면서 보이던 아파트 단지는 그저 낚싯밥이었고 사실 그 아파트 단지는 우리네 서민 이하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아지트처럼 그려진 드라마다. 

저 시절을 힘들게 살아온 우리 어머니들, 그리고 그 자녀들, 다들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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