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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후반 고교 1학년 소풍 수학여행의 추억

토리랑영원히 2024. 3. 12.

 고등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소풍에 대한 기억도 남아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즐거웠던 것은 수학여행이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 고등학생들의 수학여행은 거의 2학년 때 갔다. 

당연히 같은 동급생들 모두가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1학년 1학기 때 들려온 느닷없는 수학여행 소식?? 

그렇다. 

당시 어느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고교 2학년 때 가장 많이 사고를 친다고 해서 우리 학교는 유달리 1년 앞당겨 1학년 때 수학여행을 다녀온다고 하더라.. 

근데 그게 적어도 그 당시만 하더라도 꽤나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당시 수학여행은 설악산이면 장땡이었다. 

 

 요즘은 초중학생들도 수학여행이라고 하면 최소 비행기 타고 제주도라던가?? 

거기에다 요즘처럼 핸드폰은 고사하고 어린 학생이 카메라를 소지하고 오는 경우도 극히 드물어 학교에서 찍는 단체 사진이 아닌 이상 남아있는 사진 기록도 거의 없네... 

학교 졸업앨범 안에 남아있는 사진들을 몇 개 꺼내 보자니 이게 수학여행 때 찍은 것 같기도 하고 저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니 그냥 여행 사진을 몇 개 꺼내봤다. 

 

목숨을 걸고 설악산 정상을 등정했다??

 

 우리가 설악산으로 여행을 떠났던 게 한참 장마가 있던 시기였는데 설악산을 등정하기로 한 날도 하루 종일 비가 주룩주룩 퍼붓고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500명이 넘는 학생들을 이끌고 그 꼭대기를 올라가게 한 교사와 안내 담당자들... 

 지금 생각해보면 이건 무슨 여행 본전을 뽑을 욕심에 학생들의 안전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던 해당 담당자들의 무식한 의식을 탓해야 할 일이지만 더 황당했던 건 등정을 시작한지 한시간쯤 지나서였나... 

느닷없이 더이상은 무리라며 정상 정복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 들려왔다. 

이제와서?? 

 

 앞서가던 우리 몇몇 학생들은 어쨌든 남자애들이어서 그런지 일단 퍼붓는 비를 맞으며 그 꼭대기를 기어올라가는 게 마냥 재미있었던 것 같다. 

 

잠시 내려오다보니 어느 담당자는 이왕 왔는데 그냥 끝까지 못갔다는 게 무척 유감이라는 듯 역시나 학생들에 대한 배려는 절대 없음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올라가기엔 너무 허무했던 명소.

 

"우리가 좀 전에 본 건 뭐였지??"

"글쎄, 저기도 뭐 물 쪼로록 떨어지던데 그건 뭐야??"

 

 담당자들이 우리를 위험에 빠트리는 것까지 무릅쓰고 그렇게 악착같이 끌고 올라가서 보게 하려던 게 무슨 폭포였는데 우리는 그걸 못보고 내려왔다는 사실에 솔직히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함께 맨앞에 앞서 올라갔던 아이들끼리 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그 때 나도 맨앞에 따라 올라가서 같이 뭔가를 보긴 했는데 물줄기가 주루룩 떨어지는 무언가를.....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우리가 보려고 했던, 안내 담당자들이 그리도 우리를 끌고 올라가려고 했던 목적인 바로 그 폭포였다는 거다... 

지금은 어떻게 진화되어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당시 우리가 본 그것은 폭포라고 하기엔 너무나 초라한 그냥 물줄기였는데.... 

 나를 포함해서 맨 앞에 올라갔던 6~7명 정도 되는 아이들만이 보고 내려왔던 그것... 

에구구..... 

지금 생각해보면 그곳의 절경보다는 지금도 즈질 체력을 가진 이 꼬마 아저씨가 당시 다른 그 위험한 산길을 다른 친구들과 함께 선두에서 정상까지 올라갔다는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 학년 전교생이 500명이 넘던 시절. 

 

 그 때만 해도 학생수가 그랬다. 

더구나 주산, 부기, 타자를 전공으로 하던 학교라서 남학생 비율에 비해 여학생 비율이 2배이던 시절이었거든. 

동급생을 기준으로 치자면 남학생은 한 반에 45명 정도가 4클래스였고 여학생은 한 반에 60명 정도가 6클래스? 

그러니까 180 : 360 = 딱 1 : 2... 

소소한 단체 소풍을 갈 때도 거의 여학생들을 앞에 세워두고 남학생들은 뒤를 따라가는 게 정석이었다. 

남학생들을 앞세웠다가는 아무래도 걸음걸이가 차이가 나니 여학생들만 뒤로 멀찍하니 처질 게 뻔하다는 데서 그렇게 된건데 뒤에서 따라가는 남학생들은 답답해 죽을 맛이었던 것 같다. 😁😁😁

그렇게 소풍, 수학여행... 

아직은 또래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고 즐길 수 있는 시기라는 즐거움을 계기로 우리는 좀 더 본격적인 어른이 되는 길을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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