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빼놓을 수 없는 일상/🚙 내 연보를 남기자

내게는 행복했던 고교생활 시작을 알리던 시기

토리랑영원히 2024. 3. 5.

"얘는 OO고교에 지원하면 안정적으로 합격할 수 있습니다."

"우리 애는..........."

 

 오래 전 어느 날 우리 어머니와 내 중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의 고교 진학 상담 때 일이다. 

제자들이 고등학교 지원을 힘겹게 하기보다는 흔히 말하는 안전빵으로 지원해서 일단 고등학교에 들여보내는 게 우선이던 교사들이 꽤나 많았는데 우리 담임도 그 중 하나였다. 

당시에 우리 쌤이 우리 어머니께 추천한 고등학교는 인문계 고등학교 중 가장 최하위라고 알려져있던 곳이었다. 

물론 나는 중학교에 다니면서 2학년 때 한번, 3학년 때 한번 반에서 꼴등을 기록한 적이 있을 만큼 내가 지원할 만한 학교는 그리 많지 않았었다. 😁😁😁

 그래도 내 생각에 내가 지원할 수 있는 몇몇 학교를 머릿속에 지정해두고 있었는데 우리 담임쌤은 상당히 지나치게 하향(??)해서 날 보내려고 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담임이 추천한 고교는 인문계... 

당시 나는 집안 형편상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뭐라도 일을 해야 하는 예비 가장이었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고등학교는 취업이 가능한 곳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담임쌤의 추천은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결국 난 내가 생각했던 고교에 입학을 했고 겨울방학 시즌부터 당시 봄방학까지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원없이 펑펑 놀 수가 있었다. 

사실 당시에 펑펑 논다고 해봤자 구들장 짱박이었던 나는 그냥 집안에서 TV를 보거나 교회에 가서 교회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정도가 전부였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새로운 곳에서 시작한다는 기쁨과는 달리 날 경악하게 만든 몇 가지 요소도 있었는데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우선 학교가 교복을 입는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입학하기 몇 년 전부터 교복 부활의 조짐이 보이기는 했지만 아직 전국 그 어디도 교복을 입는 고교는 없었는데 우리 학교가 바로 그 첫번째로 교복 정식 부활을 알린 셈이고 그 다음 해부터 이곳 저곳 학교들이 교복을 입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하나 예를 들자면 바로 하염없는 교통 정체 문제였다. 

 

 

등하교 왕복 3시간 기본...

 

 요즘은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데 버스로 10분 이상 걸리면 멀다고들 하는데 그 당시에는 30분 정도 걸리면 그래도 평균적인 보통 거리였다. 

 우리 학교도 정상적인 주행을 한다면 30~40분이면 됐을 거리인데 아침이고 저녁이고 등하교, 출퇴근 시간이면 시도 때도 없이 도로가 막히는 바람에 입학 초기에는 7시 20분 출발 버스를 타면 7시 50분에 도착했었다.

하지만 도로가 막히는 시간이 점차 빨라지면서 같은 학교 학생들 대부분이 조금 이른 차시간을 선택하게 됐는데 나같은 경우는 아예 화끈하게 일찍 출발해서 새벽 5시 30분 버스를 타고 출발해서 6시도 되기 전에 학교에 도착하는 편을 택했다. 

누가 보면 이른 아침 수험 공부라도 하려고 학교에 일찍 가나보다 생각했겠지만 가방 크다고 해서 공부 잘하는 거 아니라는 말이 그 때 나왔지 싶다. 

인문계 고등학생들도 자율학습을 하느라 저녁늦게 귀가하는 일은 많이 봤지만 그 시간에 등교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으니까. 

아, 그 시간에 학교가서 뭘 했냐 하면.... 집에서 싸간 도시락을 미리 다 먹고 괜히 학교 내부 돌아다니고... 

뭐, 그러다 보면 수업시간이 된다. 

잠 못자고 학교갔으니 학교가서 책상에 엎드려 좀 더 자야지 했다가도 막상 학교에 가보면 나랑 같은 생각으로 일찍 오는 친구들이 제법 있어 함께 장난치느라 잠이 올 일이 없었다. 

 

하교시간 교통 상태는?? 

 

 평일에는 보통 3시 정도면 하교시간이었는데 교문을 나와 버스를 바로 탄다고 해도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거의 6시쯤이었나... 

당시에 다니던 학원 수업이 5시, 6시, 7시.. 이렇게 있었지만 졸업할 때까지 5시 수업을 단 한번도 들어가본 기억이 없다는 거 실화다.... -_-

 

 

취업을 위해 자격증은 필수.... 

 

 인문계가 아닌 실업고 계열은 취직을 하기 위한 것들을 배운다...

라고만 알고 있었고 학교 수업과정만 따라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자격증이라는 게 필요하단다.. 

그 당시 주산, 부기, 타자, 이 3가지는 필수였는데 부기라는 과목은 모든 게 전산화가 된 요즘도 많이 활용되고 있고(얼마 전 이웃인 후카님께 들었음.) 주산은 요즘도 있다고는 들었는데 취업용이 아니라 어린이들 두뇌 개발 학습용으로 종종 사용되고 있나보더라... 

 그리고 타자라는 게 있었는데 위 사진과 같다... 

모니터 없는 키보드라고 해야 하나... 

보이는 글쇠를 지금의 키보드처럼 눌러치면 위에 보이는 하얀 용지에 글자가 찍혀 나오는 방식이다. 

누르는 감도도 뻑뻑해서 손가락도 엄청 피곤해지고 무엇보다 그 소음이 엄청나서 어쩌다 반 아이들 대부분이 저걸 가지고 학교에 와서 아침부터 연습을 해대면 그 소음이 장난이 아니었지. 

미리부터 저걸로 단련을 해둔 탓인지 나중에 컴퓨터 통신이 보급되고 채팅이 일상화되었을 때 난 지금의 키보드에 제법 빨리 적응한 편이었다. 

 

 

주판.... 

얼마 전에 어떤 전시장에 진열되어있는 걸 잠시 건드려본 적 있는데 와... 

꽤 살살 건드렸는데도 아무 상관없는 옆쪽 알맹이까지 흔들리는 통에 당시에 저걸 가지고 어떻게 계산식을 배웠는지 지금 생각하면 상상이 전혀 안간다.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알갱이가 다 흔들려서 수치가 섞여버리니...

 

대입을 생각하지 않는 이상 사회진출을 코앞에 둔 바로 전단계였던 게 나와 동급생들이었다. 

입학할 때만 해도 별의별 뒤숭숭한 생각에 다들 의기소침해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봤자 다들 거기서 거기 16, 17살들... 

얼마 가지 않아 각자가 가진 패턴대로 장난도 치고 자격시험일이 가까워오면 또 한참 연습도 하고... 

10살보다는 20살이 가까워져가는 시기였지만 아직 사회생활에 발들여본 적이 없는, 마냥 그 시절을 즐기고 싶은 아이들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같은 시기였다. 

그렇게 1학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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