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빼놓을 수 없는 일상/🏕️ 가까운 여행

종각역을 지나 뜬금없는 북촌 한옥마을 탐방기

토리랑영원히 2023. 10. 1.

 이틀 전 친구와의 약속이 일찍 끝나 집으로 돌아오던 길 온수역쯤이었다. 

전철역 갈래길에서 잠시 고민을 하다가 서울 방면 전철에 올랐다. 

얼마 전에 경주 여행을 할까 하다가 모르는 사람들과 같은 차를 타고 여행하는 게 꺼려져서 포기했던 게 못내 아쉬워서 좀 짝퉁 냄새 풀가동이긴 하지만 서울쪽 북촌 한옥마을에서 잠시 산책아닌 산책(??)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확실히 세상은 많이 변했다. 

예전 같으면 명절 전철 안은 한산해서 자리가 남아돌았을텐데 한산은 커녕 반대편까지 둘러봐도 빽빽 천지였다. 

귀경길 혼잡 문제가 여전히 말썽이지만 그리 티나지 않게 귀향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있는 사람이 늘고 있긴 한 모양이다. 

 

 

요즘 들어 빈번히 발생하는 전철 장애

 

 요즘 출퇴근길에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전철 장애 때문에 전철이 느닷없이 거북이 운행을 하는 일이 낮아서 가뜩이나 바빠 죽을 지경인 아침 출근길에 스트레스가 극심했는데 명절 기간에도 그 상황은 빠지지 않고 발생했다. 

 

"고객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당 열차는 OOO 상황으로 인해 구로역 까지만 운행하오니 고객분들께서는 구로역에서 건너편에 정차중인 열차로..........." 

 

 구로까지 줄곧 서서 오던 나는 그 덕분에 쏜살같이 건너편 열차로 갈아타고 편하게 앉아오는데는 성공했지만 이게 또 아침 저녁 출퇴근 시간이었다면 1분 1초가 아쉬운 직장인들에게는 한바탕 난리였겠다.. 

 

 

  3번이면 3번이고 4번이면 4번이지 3-1은 뭐꼬?? 

내가 마을버스로 갈아타야 할 통로인데 예전에 왔을 때도 저런 통로가 있었던가??  

더군다나 보통 입출입구는 평행길인데 이 통로는 길이 살짝 내리막길이었다. 

이거 출구가 아니라 어느 행사장이나 상가 입구로 가는 길 아니야?? 

일단 들어가서 좌우를 두리번거리는 나. 

잠시 후 밖으로 나가는 통로임을 확인했는데 아무래도 이 통로는 나중에 얼떨결에 추가로 뚫은 게 분명해.. -_-

 

 

 마을버스로 갈아타기 위해 일단 지상으로 탈출했다. 

근데 뭐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아서 사람들만 보면 여기가 한국인지 분간 못할 사람도 많겠다. 

거기다 아직 한낮에는 날씨도 꽤 따끈한데 여기저기 긴소매 상의는 물론 코트까지 걸쳐입은 사람들로 여기저기 붐빈다.

내가 체질이 즈질인데다 더위를 꽤 타긴 하지만 내가 알기로 북촌이 마을은 죽~ 오르막길 일색일텐데 설마 저 사람들이 다 거기 가는 건 아니겠지.........

 

 

 여자저차해서 북촌마을 앞에 도착했다. 

워메, 당연히 외국인들 일색일줄 알았더니 한국인들도 제법 있다. 

의도적으로 관광지로 꾸며놓은 곳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동네에 가까운 곳인데도 저 정도라니 그리도 차가 막히는 게 이상한 게 아니었다. 

 종각역에서 이곳까지 6정류장이었나, 근데 어찌나 차가 기어가는지 10 정류장 이상 달려온 기분이었으니까.. 

 

 

 이곳은 이미 종각역 이전부터 관광 분위기였다. 

외국인이 많기도 했지만 형형색색 각종 한복을 대여해입고 자연스레 돌아다니는 게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정작 한국인들도 요즘은 명절 분위기를 한복으로 표현해내는 가족은 찾아보기 힘들어졌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가만보면 한복을 차려입은 관광객중에는 중국인이 상당수 있었던 것 같다. 

최근에도 한복이 중국 전통 의상이라고 우겨대는 중국인들이 뉴스화된적도 있는데 이곳에서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중국인들은 어떤 기분일까...  

 

 

 살짝 안으로 들어서니 제법 한옥마을 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물론 들려오는 소식대로 저마다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혹시나 답답한 마음에 문을 잠시라도 열어두면 지나가던 관광객들이 너도나도 불쑥 들어온다니.. 

이해는 가는데 그 앞을 조용히 지나가려니 저 집들 안에 정말 사람이 살고는 있나 싶을 만큼 집안의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어서 사람은 없고 그냥 낡은 집들만 덩그러니 방치시켜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한복을 대여해 입고 있는 외국인들중 남자들은 유독 지엄하신 자리에 계신 복장을 상당히 많이 선호하는 듯 했다. 

곤룡포라고 하던가? 

남자들은 어딘가 엉성해보이긴 해도 왕의 풍미를 느끼고 싶은 외국인 남성이 상대적으로 많아보였고 여자들은 알록달록 한복이 싫지 않은 모양이다. 

아무 상관도 없는 지나가는 행인과 사진이 겹쳐나와도 기념사진 한장이라도 더 남겨보려고 예쁜 자세를 잡느라 여념이 없다.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익숙한 분위기인지 사진 찍는 앞을 누가 지나가거나 말거나 웃으며 시간을 즐긴다.   

 

 

북촌마을은 절대 관광객을 위한 곳이 아니다.

 

"어떻게 아무리 돌아다녀도 화장실이 없네..." 

 

공중 화장실을 찾고 있는 한국인의 음성이 들려온다. 

여기저기 각종 매스컴에서 한국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역 관광지로 소개되고 있는 곳이 북촌마을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곳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관광지하고는 절대 동일선상에서 생각할 수 없는 곳이다. 

마을 곳곳에 있는 건물들과 주민들을 위해 국가가 어떤 혜택을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일반인들이 주거하고 있는 삶의 공간인데다 최근까지도 개념없는 관광객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고 있으니까.. 

만약  지금 상황에서 관광객들을 위한 편의시설들을 하나둘 늘려간다면??  

 

 

북촌마을은 자연스러운 산책코스

 

 외국인들한테는 이곳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국인들은 우선적으로 이곳이 일반인들의 주거지라는 것을 먼저 인지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이곳을 잠시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한 이벤트를 늘리면 늘릴수록 현주민들의 일상이 망가지는 건 피할 수 없게 된다. 

내가 다행스럽다고 생각했던 건 마을 안쪽에는 이렇다할 바가지 상점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거다. 

특히 요즘 관광객들에게 먹는 음식을 가지고 바가지 씌우는 상인들이 문제시되고 있기도 한데 어쩌다 보이는 작은 악세사리 가게가 있긴 했지만 그마저도 입장하는 사람들은 얼마 없었다.  

 

 

 오우, 인파 봐라. 

처음 내가 여기 갈 때만 해도 사실 이 정도일줄은 몰랐는데 가도 가도 사람들이 꾸역꾸역 밀려들어왔다. 

저렇게 사람들이 몰리면 이래저래 충돌도 있을법 한데 이 날은 최소한의 매너를 가진 사람들만 왔는지 저마다 조용히 웃고 오가는 사람들에게 살짝 자리를 비켜주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돌아다니던 중 내가 본 가장 옛스러웠던 한옥집. 

아무리 한옥집이라고 해도 이것저것 손보고 매끄러운 광택제를 발라서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그 시절의 한옥집은 아니었다. 

거기다 전체가 다 한옥도 아니고 중간중간 현대 주택이나 빌라가 끼어있어서 이곳까지는 이 집을 제외하고는 딱히 그리 시선은 가지 않았다.  

 

 

관광객 소음 문제는 해소되기 힘들 듯... 

 

"이거, 시끄러운 건가...."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수십, 수백명의 관광객들 틈에 끼어 올라왔지만 그동안 이곳 주민들이 말한 관광객 소음이라는 게 이거였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목소리 크고 작은 건 사람들 각자의 특성이겠지만 사람들 한사람, 한사람이 평소의 그 이하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가끔 동반한 자녀들의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걸 제외하면 그리 요란하게 대화하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그런 작은 목소리들 수십명이 줄지어 지나가면 어쩔 수 없이 거대한 소음이 되어버리는 듯 하다. 

 

 

 소음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려면 마을 내 건물벽을 특수한 소재로 처리하든지 그것도 아니면 조용히 다녀달라는 문구보다 아예 도서관처럼 관광객들의 대화를 봉쇄 내지는 관광객을 법적으로 막는 방법밖에는 없다. 

사람이 다니는 길인데 동행하는 사람과 평소처럼 대화 한마디 못하게 만들 현실적인 방법이 없으니 이 지역 주민들도 속 깨나 썩을 것 같다.. 솔직히 앞으로도... 

 

 

 조용해야지 하는 생각을 되뇌이며 남아있는 대장정(??)을 이어갔다. 

옛날 양반님네들이 살던 곳이라는데 옛날 양반님네들은 이렇게 오르막 비탈길에서만 서식하셨나... 

가도 가도 최소 경사가 30도 이상의 비탈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낮의 따끈한 기온 때문에 결국 더위먹고 머리가 띵, 속이 느글거리기 시작했다. 

내게 있어 여행이란 역시나 날이 하루종일 선선하거나 쌀쌀할 때 해야 하는 팔자인가.. 

 

 

 그래도 좀 가니 이때까지 뭔가 허전한 만족감을 채워주는 한옥이 즐비하게 나열된 곳을 만났다. 

이 정도는 돼야 한옥마을답지. 

나도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이댄 것 같은데 몰려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한옥들만 예쁘게 나열된 모습을 찍기에는 역시나 무리가 있었다. 

어딜 가나 유명 지역은 관광이 아니라 사람구경이라는 게 맞는 말이다.  

 

 

북촌 마을 방문 시간과 요일 제한

 

 북촌 마을엔 방문 시간과 요일이 제한되어 있다. 

글쎄, 어차피 어떤 국가 시설이 아니라 일반 마을이기 때문에 저게 지켜질지는 모르겠지만 평일과 토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관광객들 통행이 자유롭고 일요일은 방문을 자제시키고 있다. 

그렇다 해도 사람이 사람 사는 길을 지나가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할 수는 없으니 저게 잘 지켜지는지는 저 날 와봐야 알 수 있겠지?? 

 

 

별 것 없는 북촌 최고의 전망대

 

 마냥 올라가다보니 북촌 최고의 전망대라는 알림판이 보인다. 

언덕길 거의 끝자락에 있어 그만 올라갈까 싶었는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끌어모으려는 건가... 

저게 이 지역 주민들을 위해 어떤 혜택으로 돌아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별로였다. 

 

 

 바로 여기!! 

그냥 저 안에 들어가서 사진 찍고 뭐 그런 곳인데 한쪽에는 잠시 앉아 쉴만한 테이블도 있었지만 입장료가 자그마치 1인당 6천원이었다. 

가족단위로 가면 몇 만원은 들텐데 그렇게 지불하고 들어갈만한 곳은 아니었다. 

입구 바로 앞까지만 갔다가 되돌아오는 외국인들이 더 많은 게 당연!! 

 

 

 올라오는 길에 미처 못보고 지나쳤던 곳인데 여기도 유료 입장이 가능한 곳. 

입장료는 천원인데 살짝 안을 들여다보니 무슨 그림 전시관 같기도 하고 전통 가옥을 보려는 방문객들에게는 의미없는 곳 같아서 일단 패스.. 

 

 

 한켠에는 빌라, 한켠에는 기와집...

아무리 한옥마을이라고 해도 시간이 흐르는 걸 100% 막을 수는 없다. 

우리 전통을 위해 절대로 현대 건물로 개축하지 말라고 정부가 주민들에게 압박을 넣지 않는 이상 언젠가는 아직까지 남아있던 한옥들도 모두 사라지게 되겠지.... 

 

 

 소음, 쓰레기 문제, 악덕 상인..... 

어릴 적 보아오던 풍경들을 부족하게나마 되새겨볼 수 있었다는 건 기쁜 일이었지만 어느 지역, 어느 나라나 겪고 있는 평범한 문제를 안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주거지인데 그저 주택의 형태만으로도 외지인들의 관심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곳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내가 이해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훨씬 더 걸릴 듯 하다. 

 

 

 한시간여의 탐방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 마을 버스 정류장 쓰레기통 앞. 

음.... 

저걸 무단 투기라고 봐야 하나, 어째야 하나... 

쓰레기통이 꽉 차있으니 안으로 구겨넣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길가에 내던질 수도 없으니 쓰레기통 앞에 저렇게 가지런히(??) 세워두고 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조금 더 가면 여유가 있는 쓰레기통도 있을텐데 올바른 관광객 문화는 아직 멀었네.... 

반나절만에 쓰레기통이 저렇게 포화상태가 되면 마을 개방이 마감되는 오후 5시 즈음에는 저 앞이 난리도 아닐텐데 관광객들에게 좀 더 주의를 당부하던가, 그렇지 않으면 쓰레기차 배차를 늘리던가 시에서 좀 빨리 나섰으면... 

 

 

길가에서나 차안에서나 한참을 가도 한복을 입고 활보하는 외국인들 모습에 그나마 살짝 웃음을 담고 집으로 귀환했다. 

 

 

때아닌 득템이다!! 

 

종각역 벤치에 잠시 쉬려고 자리를 보던 중 발견한 접이식 자동 우산... 

누군가가 두고 간 모양인데 바로 곁에 앉아있던 사람도 아는둥 마는둥 그냥 열차를 타고 가버리고 일단 내가 집어들었다. 

이걸 유실물 보관센터에 맡겨?? 

어차피 찾으러 올 확률도 없는 물건이고 이를 어쩐다... 

그렇지 않아도 집에 있는 내 우산이 말썽인데 내가 접수하자... 

 

"미쳤어, 요즘 어떤 세상인데 괜한 시비 걸려오면 어쩌려고 그래??"

 

 집에 오자마자 동생이 내게 던진 말이다. 

그렇긴 하다.

그래도 늘 우산을 아무데나 놓고 왔으면 놓고 왔지, 절대로 주워본 적은 없는 내게 이건 좋은 운으로 작용할지도 모르잖아? ㅇㅇ??

 

 

지하철역 CCTV에 다 나올텐데 누가 놓고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나 나 잡으러 오면?? 

ㄴ(-_-)ㄱ=3=3=3 일단 그냥 ㅌㅌ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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