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빼놓을 수 없는 일상/👵 이 아저씨가 사는 법

출석대체시험차 인청시청역에서 잠시 산책한 후기

토리랑영원히 2021. 11. 21.

어제는 드디어 2학기 들어 학교에서 치르는 출석대체시험이 있던 날. 

한 학기당 3~4일쯤 진행되는 출석 수업이 있지만 그 마저도 따라갈 수 없는 나같은 학생들을 위한 출석 대체 시험!! 

시험 준비에 목을 멘 것도 아니면서 이상하리만큼 허둥지둥으로 시작한 아침의 시작...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잠자리에 들었는데 자꾸 자다 깨다 자다 깨다를 반복한다. 

필시 내가 뭔가를 잊고 있는 거 같은데 그게 정확히 생각이 나지를 않는 거다. 

그렇다고 공지를 확인하느라 일어나서 컴퓨터를 켜면 잠이 확 달아나버릴테니 아침까지 컨디션은 그야말로 안드로메다로 갈 것이고 이를 어쩐다?? 

곁에 있던 핸드폰을 열어 카카오톡으로 학교에서 보내준 출대 시험에 대한 참고사항을 눈을 비비며 확인해봤다. 

 

대체시험보러 출발

 

앗, 세상에 시험 시작 시간이 9시가 아니고 11시네?? 

그렇다, 인원도 많으니 시험 시간은 학생들이 각자 자기 생활리듬에 맞게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각 1차나 2차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나는 2차인 11시 클래스로 신청을 해두었었다. 

그래놓고 여지껏 9시인줄 알고 이러고 있었다는 거다. 

만약 확인도 안하고 그냥 출발 했더라면 2시간이 넘는 남는 시간동안 난 뭘하고 있었을까... 

불행 중 다행삼아 늦잠을 좀 더 자고 난 뒤 9시에 집에서 인천시청역으로 출발을 했다. 

역에 도착한 시간이 9시 50분쯤 되었었는데 주말이기도 하지만 1학기 때 이 근처를 몇 번 와본 기억대로라면 여기는 부천에 비해 상당히 한산한 동네같다. 

 

황금빛으로 물든 산책로

 

공장이 즐비한 따분한 동네도 아니고 역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저런 황금빛 공원이 늘어서 있는데 요즘 시국 때문인지 인근을 거닐고 있는 사람도 보이지를 않아 이렇게 모처럼 시간날 때 저런 곳을 발견하게 되면 잠시 앉아서 저 편안한 경치 속에 하나가 되고 싶은 욕구가 마구마구 밀려든다. 

그런데 어제는 아침에 집을 나서는 길부터 좀 심상치가 않았다. 

바깥이 온통 뿌연 안개가 가득해서 아무래도 날씨를 좀 알아보고 나가는 게 좋겠다 싶어 다시 집에 들어와 기가지니를 꼬셔보았다. 

 

"오늘 주인님의 서식지는 미세먼지, 초미세먼지가 아주 나쁨이니 밖으로 기어나가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요... -0-" 

 

이런 판국에 저곳에 앉아있는 것보다는 1초라도 빨리 건물 실내로 들어가 탁한 공기를 마시는 것이 살아서 귀가할 수 있는 지름길이겠지.... 

 

학교 표지판

 

학교로 가는 방향이 지시되어있는 정겨운 표지판. 

학교 등교가 부자연스러운 요즘 아이들이 어쩌다 학교 표지판을 보면 이런 기분일까... 

요근래 들어서는 나이가 어린 학생들도 위험도가 상당히 상승했다던데 제재를 강화해도 근심, 풀어도 근심.... 

본래도 방송강의 중심이라 학교 출석은 이렇게 시험보는 날 뿐인데 거기서 50%가 과제물로 대체되는 바람에 시험을 치르는 일수마저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정겨운 응가냄새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학교길을 올라오고 있는데 얼레리요?? 

오늘 공기가 탁했던 것은 절대로 미세먼지 탓만은 아니었군... 

인근에 음식점 상가가 많아서 그런지 사람이 뜸한 이른 시간부터 정화조 차량이 도로 한쪽을 자그마치 3대나 채우고 있다. 

90년대쯤이었나 동네 한쪽에 서있던 저런 차량을 보고는 얼른 지나간답시고 무심코 앞만 보고 걷다가 절 길게 늘어져있는 응가 흡입관에 걸려 자빠지는 바람에 동네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이후로 다른 길에서는 넋내놓고 걷다가도 저 차량만 보면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땅을 보고 걷는 충실함이 상승했다. 

이 인근 상가지역을 이날 하루만에 모두 처리하려는지 저 차량들은 내가 시험을 마치고 나올 때쯤엔 저 반대편 도로에서 저 작업을 하고 있더라는.... 

 

무난히 치른 시험

 

미세먼지와 응가가 오묘하게 조화된 탁한 공기로 인해 혼수상태에 빠져 이윽고 학교에 도착. 

이 때부터 내 몸에 이상증세가 발생했는데 전철타고 이곳까지 오는 동안은 바깥 공기를 쐬며 바쁜 걸음을 해서 몰랐던 건가. 

은근히 머리가 띵하고 속이 메스꺼운 증상이 가라앉지를 않는 거다. 

그럼 그렇지, 꼭 중요한 일 있을 때면 찾아오는 나의 징크스, 급체다. 

이번 원인은 딱 머리에 떠오르는 게 있다. 

난 무심코 마신 물 한모금에 맛이 갈 때가 가끔 있는데 그게 이번에도 내 컨디션 한켠에서 내 발목을 잡고 있었나보다. 

금요일 오후 3시쯤 쉬는 시간에 마신 물 한모금, 그 놈이 범인... 

그런데 물을 마시고 체한 증상은 약도 없고 끼니를 건너뛴다고 해서 쉽게 나아지지도 않고... 

아침도 안먹고 그냥 나왔는데 잠시 무념 상태로 자리에 앉아있으니 그제서야 두통, 속더부룩함이 생기있게(??) 몰려온다. 

다행히 시험은 그리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술술 풀렸는데 머리가 띵하니 내가 지금 문제를 제대로 보고 있는 건지 감이 안잡혀 자꾸 이미 풀고 지나간 문제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20분쯤 지났나... 

나도 나름대로 어렵지는 않다고 생각했던 시험.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풀고 퇴장하는 사람이 속출.... 내가 저 사람들보다 공부를 안했나??? 

사람들이 줄줄이 퇴장하고 나를 포함한 서너명의 학생만 남아있는 교실. 

왠지 모를 초조함 때문인지 갑자기 마구마구 흔들리는 태블릿을 부여잡고 마지막까지 끙끙거리며 혼신의 힘을 다해 일단 이 날의 시험은 끝.  

 

귀가길 단풍

 

집에 돌아가자마자 이젠 기말을 위험 과제물을 준비해야 하는데 학기 초만 해도 가장 재미있고 만만하게 즐길 수 있을리라고 생각했던 과목의 과제물이 아주 난해해서 돌아오는 발걸음도 그리 가볍지는 않았다. 

그냥 즐겁게 감상만 하면 될 줄 알았던 영화 내면에 깔린 전문적 테크닉을 내 머리와 글로 풀어내려니 진짜 그것만큼 고역인 게 없더라. 

역시 그냥 지켜보는 것과 직접 그 과정을 만들어가는 것과는 이래서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잠시 걸어내려오니 살짝 붉게 물든 단풍 나무와 노랗게 물든 은행 나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어 잠시 걸음을 멈췄다. 

확실히 자연의 섭리는 모든 심란함을 잊게 해주는 가장 가까운 고마운 존재같다. 

(고작 학교 과제를 가지고 거창하게 나가기는... -_-+) 

 

아까 지나간 길

 

어쨌거나 한가지 고비를 넘기고 돌아오는 길에 바라보는 시내의 울긋불긋 물든 나무들의 정취는 아까 올 때하고는 많이 달랐다. 

내가 지금 걸어가고 있는 곳과 저 반대편에 있는 공원과는 정취의 레벨 자체가 상당히 달라보인다. 

예전 다른 공원에 잠깐 들렀을 때 막 단풍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나무 바로 아래에서 원을 돌며 즐기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특별히 잘못된 것은 없지만 뭐라고 할까. 

자연의 예쁜 경관은 이렇게 좀 멀찍이서 자연 그 자체로만 지켜보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았다고 해야 하나... 

이상하게 그 사이에 사람이 들어가있으면 민폐라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물론 모처럼 아기자기한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야 뭐라 말할 필요 없고 말이다. (웃음) 

 

한산해서 더 좋음

 

조용하게 느껴지는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시간이 정오를 향해 가서 그런지 자꾸 승용차들이 슝슝 지나가는 통에 이렇게 자연만의 단독 사진을 찍기가 상당히 힘들어진다. 

앞으로 한달 후, 다음 달 기말 시험을 볼 때 그 때는 겨울이지만 만약 그 때까지도 저런 흔적이 아직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그 때는 아주 살~~짝만 곁에 가볼까.. 

주변 사람들을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공간 대부분이 사람들 때문에 몸살을 앓던 예전에 비하면 요즘 사람들 시민 으시식이 아주 요만~~~~~~큼 나아진 것은 인정을 해주어야 하려나.. 

 

귀가 전철역

 

교외에서 잠시 느낀 평화를 뒤로 하고 이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주부터 한동안 느낄 산만함을 이 날 하루만에 다 느낀 것 만큼 피곤한 이유는 도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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