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빼놓을 수 없는 일상/👵 이 아저씨가 사는 법

노안 때문에 안경점에 들러 안경 맞추고 노년을 상상중

토리랑영원히 2021. 10. 16.

난 아직 적어도 내 노후를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하며 몸을 움직여야 할 나이다. 

그런데 이놈의 몸뚱이가 하루가 다르게 고철이 되어가는 것은 막을 도리가 없다. 

특히 아침 출근길에 짬을 내어 핸드폰으로 글이라도 읽으려고 하면 글씨가 안보이려면 아예 안보일 것이지 보이기는 하되 얼마나 흐릿하고 꾸불꾸불 보이는지 속이 터진다. 

더욱이 요즘은 평소 인터넷 서핑을 할 때조차 단지 흰색 바탕의 브라우저가 점점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하면서 더이상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화요일 집 근처에 있는 안경점에 들러 안경을 맞췄다. 

배우 정준호가 모델로 나온 걸 보니 제법 믿을 수 있는 곳 같아서 가긴 했는데..... 

사실 정준호라는 배우 자체는 무대에 나와 괜히 분위기 썰렁하게 해서 별로.... 

 

 

나 : 노안 때문에 안경 좀 보러 왔는데요. 

직원 : 안전을 위해 QR 코드 스캔 좀 부탁드립니다. ^^

 

그렇다. 

처음에는 안경이 아니라 콘택트 렌즈를 맞추려고 했었다. 

직원의 지시에 따라 이런저런 테스트를 끝냈는데 렌즈는 주문을 해야 하는 거라 2~3일 정도 착용할 수 있는 1회용 렌즈를 받아 하나는 그곳에서 착용을 시도해봤다. 

세상에나, 내 위아래 눈꺼풀을 뒤집고 까만 동공에 맞춰 렌즈를 끼우는데 난 그 순간 콘택트 렌즈를 끼고 다니는 사람들이 그리도 존경스러울 수 없었다. 

 

 

직원의 도움을 받아가며 렌즈가 살짝만 눈동자에 닿아도 감겨버리는 눈꺼풀을 고정시키고 간신히 착용은 성공했는데 집에 오는동안 여러 고민들이 머릿속에서 마찰을 일으켰다. 

하나는 테스트 할 때 가로, 세로 겹쳐진 사선중 어느 쪽이 더 진해보이느냐는 질문을 직원이 던졌을 때 내가 잘못 보고 대답을 한 거 같기도 하고 ..... 

얼핏 보면 가로 줄이 더 진해보이긴 하지만 다시 보면 세로 줄이 더 진해보이기도 해서 그건 좀 헷갈리는 테스트였다. 

 

"가로줄이 더 진해보인다고 대답했는데 혹시 세로줄이 더 진해보인 걸 내가 착각한 거 아닐까." 

 

또 하나의 고민은 집에 돌아와서였다. 

 

동생 : 그냥 안경으로 맞추지, 그거 잘못하다가 동공이라도 다쳐서 시력 나빠지면 어쩌려고 그래.... 

 

동생이 내게 던진 그 말을 체감하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느 정도 착용감은 만족스러웠지만 그 렌즈를 다시 빼는 게 문제였다. 

직원 말대로 두 손가락을 집게처럼 해서 잡아빼라는데 말이 그렇지 집에서는 누가 봐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혼자 시도하려니 자칫 손톱으로 눈동자에 상처날까봐 얼마나 겁나던지... 

 

 

어떻게 빼긴 뺐는데 잠시 뒤 바로 안경점에 전화해서 이번의 안경으로 교환하겠다고 한 뒤 수요일날 다시 찾아가 내 마음에 드는 것으로 맞춰왔다. 

책상 위에 놓여진 이놈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여러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한방에 뭉친다. 

언젠가 지금의 내 나이, 내 몸의 변화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 혹은 비슷한 연배의 아저씨나 아줌마들한테만 고정된 현상이고 내게는 절대로 이런 일이 찾아올 리가 없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 각종 매스컴에서 떠들어대는 위험 증상 범위내에서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이 지금의 나라니.... 

 

 

집에 와서 잠시 쓰고 눈에 적응을 시켜가며 핸드폰도 보고 인터넷도 하고.... 

일단 성능은 좀 더 빨리 하지 않았던 게 후회될 만큼 대만족이다. 

평소 핸드폰으로 전자문서를 읽기도 하고 책도 보고 컴퓨터 모니터를 보는데도 유용한 다기능성 렌즈라고 했는데 역시 돈이 좋기는 좋다. 

 

동생 : 와, 이렇게 가까이 보는 것도 잘 보이네. 

 

하루 전날 내가 콘택트렌즈를 주문했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난리를 치던 녀석이 내가 들고 온 안경을 보더니 이리저리 살펴보며 꽤나 탐낸다. 

동생은 나보다 몇 년 전부터 콘택트렌즈도 껴보고 안경도 써봤기 때문에 콘택트렌즈에 대한 단점을 평소 나한테도 자주 얘기했었다. 

그래도 난 동생이랑 체질이 달라 잘 적응할 수 있을 줄 알고 콘택트를 선택한 거였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벽을 느끼고는 동생의 말을 따른 셈이다. 

워낙 억지를 쓰는 녀석이라 평소 그리 귀담아 들을 만한 말을 하는 일이 없지만 어쩌다가 한번씩 이렇게 모처럼 내게 옳은 선택의 길을 제시해줄 때가 있는데 아마 오늘 이후로 한동안은 자기 말이 옳았다고 꽤나 으쓱거릴걸 생각하니 괜히 속이 뒤틀린다. -_- 

그리고 잠시 후 여러 착용감을 시험해본 뒤 잠시 안경을 내려놓고 생각해보니 내 머리 부위는 녹슬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벌써 5년쯤 전에 한 사출 회사에서 2교대 근무를 하던 중 곁에 있던 베트남 직원 하나가 고무장갑에 에어 스프레이건을 끼우고 바람을 불어넣으며 삑~~~하는 쇳소리를 나게 하는데 그 소리가 얼마나 날카롭고 컸는지 그날부터 오른쪽 귀가 상당히 예민해져있었는데 지난 달 말쯤이었나 지금의 직장에서 관리자들이 검사용 기계 이상을 점검하던중 또 다시 그 삐~~~하는 날카로운 쇳소리+기계음이 현장 안에 울려퍼지며 내 귀는 또 다시 경끼를 일으키고 말았다. 

아무래도 병원에 가서 확인해보는 게 낫지 싶어서 이비인후과에 들었더니 다행스럽게 청력에는 전혀 이상이 없고 그냥 귀가 좀 놀랐을 뿐이라고 해서 안심은 했지만 그 날 이후로 더 예민해진 내 귀가 쉽게 예전의 평정심을 못찾는 것 같아 출근하자마자 퇴근할 때까지 귀마개를 착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내가 평소 어리버리해서 그런가 왜이리도 주머니에서 잘도 빠져나가는지... 

 

 

 

벌써 몇 개째를 잃어버리고 새로 구입하고를 반복하다가 저렇게 케이스가 함께 들어있는 걸로 새로 구입했는데... 

사실 이 날은 저 케이스까지 통째 잃어버리고 이것은 또 새로 산 거라는 사실.... 

 

 

그리고 다시 다음 날 이번엔 목이 문제다.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내가 했던 일은 페인트, 신나 등등 독한 화학성 약품들이 현장 내 공기중에 퍼지는 3D업체였다. 

당시에는 나이가 어려서 그냥 넘어갔지만 역시나 나이가 들고 나니 애프터 후유증이 몰려와 목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편인데 그 때문에 목에 뭐가 자주 끓기도 하고 헛기침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웬만하면 이런 걸 목에 달고 살지는 않으려고 했는데 그래서 또 챙긴 게 용각산 쿨... 

 

 

그냥 용각산은 먹어본 일 있었는데 난 약마저도 상큼한 맛을 챙기는 애들 입맛이라 그 텁텁하고 싱거운 맛을 감당하기가 부담스러워 멀리 한 지가 꽤 됐는데 이런 맛은 또 언제 나온 걸까. 

아주 오래 전에 지금도 시판되고 있는 호올스라는 걸 먹어본 적 있었는데 그건 먹자마자 목과 코 속에서 사이다 같은 청량한 바람이 휘몰아치는 기분이라 처음엔 그 비슷한 느낌을 상상하고 먹었다. 

그런데 쿨~~이라는 글자에 비하면 청량감은 별로였고 대신 뭔가 보조제를 먹었다는 세뇌 효과 때문인지 요근래 헛기침 하는 버릇은 거의 사라지고 목도 어느 정도는 안정된 기분이 든다. 

이로 인해 눈, 코, 입, 귀, 얼굴에 붙어있는 기관들에 대한 일상 관리 시스템을 총출동시키기에 이르른 셈이다. 

어릴 때부터 달고 살던 비염 증상, 게다가 교정으로 인한 치과 정기 검진까지 주기적으로 받고 있으니 이젠 집 근처에 있는 이비인후과가 마치 별장 같은 생각이 들 정도다. 

 

 

면상에 구비된 기관중 천냥중 구백냥짜리인 눈 관리 시스템까지 도입을 하고 나서 가만 생각해보니 이전 코, 입, 귀까지는 그냥 약해져서 보안한다는 느낌이었는데 눈은 어째서 노안이라는 단어가 붙어있는 걸까..... 

노안 = 노이....ㄴ?? 

노인으로 가는 종착역을 눈앞에 두고 있는 기분이 드는 것은 왜지... 

나 아직 안늙었다고 외치고는 싶은데 출퇴근길 전철 안에서 어쩌다 빈자리가 생겼을 때 나보다 어린 사람이 낼름 앉아버렸을 때 기분이 나빠지는 걸 보면 아마도........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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