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로 보는 일상/👨‍🎓 일상의 일본어 상식

일본의 선물 문화에 대해서 한번 간단하게 알아볼께요

토리랑영원히 2021. 9. 11.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요즘은 단순한 겉치레라고들 알고 있는 것이 일본의 선물 문화와 예절입니다. 

잘 알게 된 누군가와 작은 것이라도 선물을 주고 받는 것을 좋아하는 일본의 문화에 대해 알아볼까 하는데 우리에게 있어서 선물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해 본다면 누구나 대부분이 눈살을 찌푸리고 고민에 빠질 것입니다. 

적어도 우리나라 사람에게 있어서 선물이란 너무나도 부담스러운 것이고 선물을 받는 사람 역시 눈이 커질 만큼 대단한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알게 모르게 마음 속 깊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이론상으로는 선물이란 정성이 가득 담긴 것이 먼저라고 배우고 자라지만 사실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면서 성인이 되기 이전부터 이미 겉치레와 사치에 뚜렷하게 물들어가고 있는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마다 그 부담감이 누구에게나 가중되는 때를 골라보라고 한다면 당연히 명절 시즌이 될 것입니다. 

자주도 아니고 일년중 두세번밖에 없는 민족 명절이다 보니 그동안 못해왔던 가족간의 도리를 한다는 명분하에 이것 저것 무리를 하다보니 요즘 같은 시기 뻔히 알고 있는 가족의 가계부는 그야말로 초토화되기 딱 좋은 시기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변함없이 시내 대형 마트와 백화점에는 이맘 때 오래 찾아뵙지 못했던 가족들과 친지들의 마음을 달래줄 고가의 물품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렇다면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아직은 각종 눈에 띄는 행사와 문화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일본의 선물 문화는 우리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한번 간단하게나마 알아볼까 합니다. 

일본은 일본어로 기리, 기무, 우리말로 의리나 의무를 무척이나 중요시하게 여긴다고 합니다. 

즉, 특별히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남의 이목이 신경쓰여 어쩔 수 없이 행하는 겉치레스러운 면이 많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하지만 그들이 주고 받는 선물의 내면을 짚어보면 오히려 귀엽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으며 이게 과연 남의 눈을 의식해서 하는 행동인지의 생각이 조금 불식되는 면도 많습니다. 

일단 한방을 선호하는 우리에게 있어 선물 또한 오랜만에, 모처럼 오고 가는 것이니 상당히 큰 것을 주어야 한다는 부담을 누구나 떠안고 삽니다. 

그래서 때로는 힘들게 쌓아왔던 저축까지 헐어가며 정확히 말하자면 선물을 받는 당사자보다는 자신과 가족들의 뇌리속에 잊지 못할 선물 폭탄을 안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본인들의 선물은 우리가 생각하는 거창한 연례 행사라기보다는 쉽게 말하자면 인사에 가깝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아침에 일어나 일상을 시작하다 보면 직장과 학교에서, 혹은 길가에서 많은 지인들과 만나게 되는데 그들과 가장 먼저 나누게 되는 것이 바로 인사입니다. 

인사란 지인이 못보던 사이 잘 있었는지에 대해 걱정하는 내 마음을 표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첫 과정으로 누구에게나 당연하고 흔한 마음의 교류인 만큼 일본에서는 인사를 받는 쪽 역시 자신에게 인사를 건넨 지인에 대한 가벼운 화답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듯 일본에 있어 선물이란 가볍고 부담없고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인사의 수단이기 때문에 우리처럼 뭔가 어마어마한 것보다는 받는 상대 역시 가볍게 자신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때로는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을 나누기도 하지만 조금 멀리 떨어진 지역에 볼일을 보러 갔을 경우에는 그 지역의 특산품을 구입해서 이웃들과 나누기도 하는데 하나하나 개별적인 것을 구입하기보다는 저렴한 값에 양이 많은 것을 구입해서 그것을 지인들 수로 나누는 일이 많습니다. 

섬국가이기 때문에 각 지역 특산품 중 김을 빼놓을 수 없는데 김은 한톳당 100장 정도이기 때문에 이것을 다시 작은 장수로 분리해서 이웃과 나누기도 하고 갯수가 많은 지역 견과류나 술 역시 마찬가지라고 하는데 이 정도면 받는 사람 역시 부담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상대방의 정성을 느낄 수가 있으며 그에 대한 답례 역시 더없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인들에게 있어서는 시간이 지나 자신들의 차례가 오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에서 그것을 준비해간다고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너무 건성으로 오가는 것 아닌가 싶다가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의 행동이 귀엽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습니다. 

단지 그들이 생각하는 마음의 표시 중 독특한 게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포장입니다. 

내용물은 우리가 보기에 아주 하찮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마음의 표현이다라는 것을 알리는 보조 수단이 포장인데 이 포장이 오히려 더 사치스럽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배보다 더 큰 배꼽이라고 말하면 이해가 될 만큼 예쁜 포장지에 리본까지 묶어 자신의 마음을 몇 겹이나 더 얹어놓는 셈인데 어린 시절 친구에게 선물을 줄 때 그 친구가 기뻐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겉포장에 예쁘게 편지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오히려 정성을 더 들이던 기억이 나는데 일본은 그 어린 시절의 마음을 성년 버전으로 내놓은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은근히 겉모습에 신경을 쓰는 구석이 조금은 있습니다.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과의 오랜만의 만남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올해는 오히려 더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민족 명절까지 차단당해야 하는 시국이니만큼 평소보다 모든 것이 조금 더 조심스러운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독감처럼 평생을 공존하며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글이 많지만 내용상으로는 절대 독감과 비교할 수 없는 댓가를 치루는 사람들과 나라를 보아온 만큼 적어도 지금보다 긴장을 풀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더욱 탄탄한 방어벽과 가족간의 사랑이 난무하는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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