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들어먹고 사먹고/🍨 메인을 넘는 디저트

명동 티라미수의 수박쥬스 그리고 카드 결제의 갈등

토리랑영원히 2022. 6. 8.

지난 5월은 갑작스러운 회사 불량 수정 난리통에 밤낮이 없었고 쉬는 날마저도 눈치보기 일쑤라 이제 좀 숨통이 트이는데 정신을 좀 차릴만 하니 여름이로군.... 

벌써 주변 카페에 빙수가 가득하게 진열되어있는 걸 보니 내가 봄의 절정을 제대로 느껴볼 여유도 없이 주변엔 이미 여름이 덮쳐있다. 

작년만 해도 동네 카페, 브랜드 카페 가릴 것 없이 계절마다 신메뉴 탐색하는 즐거움이 솔솔했는데 올해는 첫 계절인 봄을 건너뛴 게 못내 억울하다. 

출퇴근 길에 매일 그냥 지나치던 명동 티라미수, 자그마치 거의 6개월만에 수박 쥬스 먹으러 입장 고고.. 

 

 

남들은 밍밍한 수박맛을 뭐 그리 좋아하냐지만 난 좋은데 어쩌겠어... 

요즘 사방 과일 가게에 수박도 원없이 눈에 띄는데... 

세상에나... 뭔 수박이 한통에 2만원이 넘냐고.... 

하긴, 벌써 25년 전에도 만원이었으니 그 사이 2배 정도면 양반인가... 

 

 

그래도 바로 고민 없이 사먹을 수 있는 건 이런 대체 음료가 딱이지... 

매장 안에 들어와 모처럼 밖이 내다보이는 곳에 앉아보니... 눈버렸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에고... 명색이 1번가인데 이 화창한 날씨에 보이는 거라고는 온통 우중충한 노숙자 퍼레이드라니... 

 

 

시선을 돌려 다시 메뉴 진열장으로 눈길이 쏠린다. 

블로그를 잠시 쉬기 직전만 해도 저기 있는 메뉴 하나씩 다 포스팅해보기로 했었는데 블로그를 쉬기로 한 날과 거의 동시에 티라미수를 안왔군... 

가격대가 다들 비스무리한 것을 보니 문득 통근 버스 안에서 여사님들의 대화가 떠오른다. 

 

 

여사 1 : 아메리카노 마셔?? 

여사 2 : 목마른데 제일 싸길래 한컵 샀어. 

여사 1 : 어쩌구 저쩌구 하다가... 자기는 얼마부터 카드로 결제해?? 

여사 2 : 글쎄, 음료수 한컵 정도는 대부분 하지 않아?? 

여사 1 : 난 천원짜리 몇 장 내는 건 카드로 하기 좀 그렇던데... 

여사 2 : 응?? 근데 요즘 현금 가지고 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어서 어쩔 수 없잖아. 

 

 

여사 1 : 그래도 난 너무 싼 건 좀 그렇더라고... 

여사 2 : 하긴, 이것도 일일이 세금이 많이 빠지니 업주들 입장에서는 싫어할 수도 있겠다. 

그럼 얼마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해?? 

여사 1 : 글쎄, 한 5천원 이상?? 

 

정말 환장하겠네. 

그럼 배스킨라빈스에서는 나도 그렇지만 다른 손님들 대부분이 3~4천원짜리 사면서 벅벅 긁는데 어쩌란 말인지... 

 

 

하여간 오늘 내가 주문한 수박쥬스는 적어도 5천원은 넘는다는 게 왜 이리 안심이 되지. 

평소에는 이런 음료수 한컵에 5천원이라는 사실에 맛있게 먹으면서도 아까웠는데 말이지... 

그러고보니 2주쯤 전에는 카드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동전 저금통에 넣어둔 동전을 홀랑 꺼내가지고 돌아다니느라 한동안 애먹었었지. 

 

 

이런 카페는 잠시 안오면 그만이지만 무엇보다 버스를 타려는데 아니, 세상에... 

지폐 넣는 통이 버스 안에서 아예 사라져버린 건 도대체 언제부터인게야...;;; 

 

 

아무튼 자영업 업주님을 배려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 수박쥬스!! 

처음엔 마치 녹색 고무판을 상판으로 얹어둔 것 같은 테이블이 무척 촌스럽게 느껴졌는데 노란색 쟁반과 수박 쥬스가 어우러지니 제법 괜찮은 콤비네이션이 이루어진다. 

 

 

어디 보자, 수박 많이 들어갔나... 

이리저리 살펴보고 빨대로 저어보니 걸쭉한 것이 수박은 인심좋게 팍팍 갈아넣어져있었다. 

 

 

음, 역시 밍밍하면서도 온몸의 열기를 빠르게 식혀주는 건 수분 충만한 수박이 최고!! 

홀짝 마시고 얼른 일어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양도 많다.. 

 

 

근데 하도 생각을 해서인가 뻔히 카드로 계산을 해놓고도 막상 매장을 나설 때는 천원짜리를 찾느라 주머니를 탐색하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만약 천원짜리가 잡혔으면 깜박하고 또 계산을 했을지도?? 

그러고보니 가깝고도 먼 철천지 웬수 나라 일본은 아직 카드가 그리 활성화되어있지 않다니 내가 막상 그곳에 여행이라도 가서 계산을 해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는 어떤 기분일까.. 

가끔 지폐를 만져볼 일이 있지만 예전 뭐든 현금이 우선이던 20세기 때 만져보던 그 느낌과는 차이가 크다. 

나오면서도 다른 손님들은 뭘로 계산을 하는지 은근히 신경쓰이네, 그냥...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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